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주민들의 낚시회 모임에서 고기를 굽고 있던 회원이 나에게 “삼촌, 고기 더 드립니까?”고 물었다. 옆에 있던 눈치 빠른 친구가 내게 “삼촌 소리 처음 듣지요”라고 상기시켰다. 그렇다. 평소 회원들은 나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는데 오늘 그중 나이 어린 회원이 나에게 처음 삼촌이라고 부른 것이다. 나이 어리다지만 그도 40대 초반이다. 신선한 느낌이었다.

4·3 사건의 비극을 다룬 현기영 소설 ‘순이 삼촌’은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별 없이 흔히 삼촌이라 불러 가까이 지내는 풍습이 있다’고 작품에서 설명했다. 현실에서는 그보다 광범위하게 쓰인다. 동네에서 어른을 만나면 “삼촌, 어드레 감수꽈?” “삼촌, 정심은 자십디까?”고 인사한다. 식당에 들어가면 “삼촌, 이리 앉읍써” “삼촌, 잘 갑써양”이라고 인사한다. 시장에서 흥정을 할 때 “삼촌, 왕 봅서” “삼촌, 하영 줍서예”라고 주고받는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서는 아저씨, 아주머니라는 말을 듣지 못한 것 같다. 삼촌은 아저씨, 아주머니의 대응어인 셈이다. 현기영의 설명처럼 촌수를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뿐 아니라 처음 보는 아저씨, 아주머니라도 호칭은 삼촌이다.

동네 사람이 모여 노는 자리에서 6명에게 물었다. 70대 A씨는 하도리 굴동에서 태어나 지금도 굴동에 사는데 굴동 아가씨와 결혼했다. A씨 부모는 이웃 동동 처녀와 결혼했다. 하도리는 도시의 행정구역으로 동 단위에 해당하는데 시골에서는 리 단위 면적이 넓어 마을 단위의 동으로 다시 구분한다. 도시의 통 단위에 해당한다. 하도리는 7개 동으로 나뉘어 있다. 하도리 7개 동의 동 간 거리는 멀어야 1~2㎞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70대 B씨도 굴동에 살며 굴동 처녀와 결혼했다. 60대 C씨는 하도리 신동에 사는데 같은 신동 처녀와 어릴 때부터 함께 놀다 결혼했다. 처가가 50m 거리에 있다. 신동에 사는 50대 D씨는 군에 있을 때 잡지에서 본 펜팔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다 혼인에 이르게 됐다. 그래서 육지 처녀를 제주로 데려왔다. 그의 부모는 모두 신동에 산다. 굴동 50대 E씨는 제주시내에서 일하며 단골로 다니던 식당 주인의 동생과 눈이 맞아 처로 맞았다. 그 처는 애월읍 출신이다. E씨의 부모는 역시 모두 굴동에 살았다. 50대 F씨는 처가 일본 국적이다. 젊을 때 일본에 가 일하다 만나 가정을 이뤘다. 그의 부모는 모두 신동에 살았다. 씨족사회가 유지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본인이나 자녀가 문밖에 나서며 만나는 모든 사람이 삼촌, 사촌, 외삼촌, 이종사촌, 아니면 사돈의 팔촌이라도 되게 마련이다. 이들이 모두 괸당이다. 매일 만나는 어른들에게 일일이 촌수를 가려 몇 촌 삼촌, 육촌 어른, 칠촌숙부 하고 부를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며가며 만나는 문안인사는 누구에게나 “삼촌, 어드레 감수꽈?”로 자리 잡게 되지 않았을까. 제주도에서는 왜 ‘삼촌’일까 하는 실마리로 보였다.

박두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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