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임시직과 일용직은 고용절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문화시장 종사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람을 모을 수 없기에 거의 모든 문화영역에서 일해볼 기회를 얻기가 어려웠다. 출판만은 상대적으로 건재했다. 많은 출판사가 재택근무로 일을 거의 모두 해결할 수 있었고, 온라인 유통조직이 건재했으며, 전자책 매출 또한 급증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는 부모들의 열의로 인해 특수를 누리는 아동·청소년 출판사가 적지 않았다.

이미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팬데믹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서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야만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이미 ‘비대면(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연초에 한 30대 중심의 연구모임에서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몇 사람이 만나서 회의하면서 토의된 내용을 실시간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대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은 어디에 있든 모두가 참여해 즉각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

한 1인 출판사 대표는 오래전부터 클라우드의 방마다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을 초대했다. 방이 100개가 개설되면 100권의 책 출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출근한 사람이 하는 일은 일일이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클라우드에서는 모든 것이 기록되고 있었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었다. 듣기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코로나19는 이런 기술의 진화에 박차를 가하는 화룡점정의 기술처럼 여겨진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하나의 문은 새로 열리는 법이다. 출판에서도 무수한 문이 닫히겠지만 다시 수많은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다. 이미 원격교육이나 원격회의가 일상화됨에 따라 창의적인 모험가들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격교육의 방법론을 알려주는 책의 기획이 스마트폰 화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상이니 언택트 세상은 크게 앞당겨질 조짐이다.

앞으로 일의 방식이나 인간관계가 크게 바뀌면서 우리 삶이 근원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이미 1인 가족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다른 장소에서 지내면서 같은 ‘화면’을 바라보는 네트워크형 가족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가족처럼 지내다가 가끔 오프라인 접속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 네트워크 인류가 생산해낸 산물, 즉 책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벌써 일부 출판사가 영상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종이책과 오디오, 영상이 결합된 책의 등장도 급증할 것이다.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가는 명확해졌다. 우리는 디지털로 모두를 연결하는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게 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기록되고 공유된다. 그러니 한순간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지금도 과거 행적이 문제가 돼 어떤 일에서 배척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연결된 모든 이들을 설득할 자세부터 겸비해야만 한다. 구성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큐레이션해주는 커뮤니티에도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공유’하겠다는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이 곧 열릴 것이다.

팬데믹은 전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이면서 모든 개인이 ‘유일한 방역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일탈이 모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니 이제 함께 가기 위한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그런 사회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세상을 선택하는가는 우리의 의지에 달렸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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