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본사. 블룸버그 영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건강한 성인 수십명 대상의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시험 참가자 전원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성되는 고무적 효과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방어 기능이 일부 확인된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항체 유지 여부와 면역력 지속 기간 등 확실한 방어력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섣부른 희망을 경계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Moderna)는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mRNA-1273)에 대한 1단계 임상시험(1상)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모더나는 지난 3월 중순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제일 먼저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 mRNA-1273을 접종한 만 18~55세 성인 남녀 45명 전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양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항체가 형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중 8명에게선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항체도 발견됐다. 다량 투여 그룹에서 3명이 부작용을 경험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모더나 측은 조만간 600명 대상 2단계 임상시험(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백신은 인체 내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항원(단백질)에 대항하는 항체(단백질)를 만들게 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DNA와 mRNA(전령RNA) 등 유전물질을 활용하는 핵산 백신, 바이러스 불활화 백신,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백신, 단백질 재조합 백신 등 여러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 진척이 가장 빠른 플랫폼이 핵산 백신이다. 이는 항원을 직접 주입하지 않고 항원(코로나19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DNA, mRNA를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장은 “mRNA와 DNA를 합성하는 기술은 어렵지 않다. 전통적 방식의 단백질 백신에 비해 개발 기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초기 임상 결과는 항체가 생겼다는 것일 뿐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 확실한 방어력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향후 2, 3단계(2·3상) 임상시험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시 실제 감염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가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성백린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자를 바이러스에 노출되게 하거나, 임상시험 기간 내에 팬데믹이 사라진다면 자원자를 모집해서라도 인위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너연구소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 백신에 대해 이러한 검증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2003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백신 개발 과정에 백신을 맞고 감염이 오히려 악화되는 사례가 보고됐었다. 성 교수는 “코로나19가 사스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80~90%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어 이런 부작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모더나는 추가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는 광범위한 용도의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임상시험에 돌입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는 8종, 전임상시험(동물실험)단계는 11개다. 국내 개발 중인 백신 가운데 임상단계에 진입한 것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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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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