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 법 규범 헌법에는 일반 법률엔 없는 전문(前文)이 있다.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과 목적, 헌법 제정권자와 헌법의 지도 이념 및 원리 등을 규정한 공포문이다. 헌법 속 헌법이라 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은 전문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4·19 이념이 헌법에 처음 삽입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5·16 군사쿠데타 이후 이뤄진 1962년 5차 개헌 때다. 당시 헌법은 ‘4·19 의거와 5·16 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이라고 적시했다. 4·19는 의거이고 5·16은 혁명이라는 박정희 군부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 유신헌법으로 불리는 72년 7차 개헌 때 5·16 이념이 삭제되고 4·19 이념이 유지된 것은 의외다.

엄혹한 유신 치하에서도 계승됐던 4·19 이념은 전두환 신군부 집권 이후 사라진다. 80년 8차 개헌으로 4·19 이념이 삭제되고 오로지 3·1 정신만 남게 된다. 그러다 6·10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한 6공화국 헌법(87년 9차 개헌)에서 4·19 이념은 부활한다. 당시의 시대정신을 담았다면 6공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등의 이념과 정신이 담기는 게 당연한데 민주화 세력과 권위주의 세력의 어설픈 정치적 타협으로 그러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그 뜻을 헌법에 담고 싶다는 뜻을 또다시 피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호응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문 대통령이 2018년 발의한 헌법 개정안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부마 민주항쟁과 6·10 민주항쟁의 이념도 계승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부 극우세력의 반발이 없는 건 아니나 4·19 혁명과 마찬가지로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역사적 사건들로 사실상 법적, 역사적 평가는 끝났다. 민주화 운동의 이념을 계승하겠다는 명분은 좋다. 언젠간 촛불혁명도 넣자는 얘기가 나올 듯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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