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일제히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김태년 원내대표의 공식 발언에 이어 김종민 박주민 의원 등이 최고위원회와 법사위에서 과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를 거론하면서 “한 전 총리는 사법농단의 피해자” “검찰의 강압수사”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 가능성” 등등 강도 높은 표현을 총동원했다. 박 의원은 이를 ‘검찰 개혁’과도 연결시켰다.

당시 검찰의 한 전 총리 수사를 검찰의 정치 개입으로 규정했던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진실을 밝히고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한 전 총리 사건을 재점화하는 방식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까지 끌어들이면서 사법개혁에도 한 전 총리 사건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을 놓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법부 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면서 재조사 촉구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문제는 이제 공론화 단계로 넘어간 것”이라며 “한만호씨 비망록이 나오자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최고위 및 법사위에서 검찰의 강압수사를 집중 부각했다. 김종민 의원은 “검찰의 수사 관행과 문화에 잘못이 있었던 것인지, 또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기헌 의원도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증언한 한만호씨를 검찰이 73번 소환했지만, 진술조서는 5회 분량에 그쳤다”며 “수사가 굉장히 비정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의혹 제기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증거를 갖춰 재심 신청을 하게 돼 있다”며 “재심청구 전 단계에서 확정 판결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치는 것은 사법 불신에 대한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한 전 총리 판결 당시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2018년 7월 사법농단 문건에 한 전 총리 사건이 언급돼 있었다”며 “‘선거법원 도입을 위해 여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설득해야 하는데, 한명숙 사건이 키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망록뿐만 아니라 사법농단 관련 문건에 이런 내용이 언급돼 있으니 법원과 검찰, 법무부가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2017년 8월 23일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출소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 전 총리는 건설업체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에게 9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확정 판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무죄를 확신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각에선 이날 여당 강경 기조 뒤에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국민일보 통화에서 “청와대가 코멘트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비판 목소리를 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치를 위임받은 집권 세력이 법치를 허물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며 “엉뚱함과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은색 비닐봉지 2개에 현금 2억… 한명숙 사건 대체 뭐길래
여당의 ‘한명숙 구하기’… 대법 전원합의체 ‘유죄판결’ 흔드나

이현우 김용현 기자 bas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