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검찰과 법원에 공식 촉구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집권 여당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가 확정된 판결을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재심을 신청하면 될 일이지 막연한 의혹 제기는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 수사, 사법 농단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며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의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 검찰, 사법부가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깊이 문제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권의 이런 발언은 최근 MBC와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에 기초한다. 해당 매체들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을 토대로 검찰이 한 전 대표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앞서 한 전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는데 1심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한 전 대표는 비망록에 ‘당시 친박계에 6억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이 덮었고, 한 전 총리 쪽으로 조작했다’ ‘허위 진술을 강요당했다’는 취지로 적었다.

여권에서는 비망록을 통해 10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비망록은 한 전 총리 1~3심에서 증거로 제출돼 법원 판단을 받았던 문건이다. 검찰은 앞서 한 전 대표가 2010년 12월 1심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자 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해 비망록을 확보했고,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은 한 전 대표의 비망록, 번복된 법정 진술, 구체적인 금융자료 등의 증거를 종합적으로 따져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었다.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1~3심 모두 유죄를 받았다.

검찰은 법원 판단이 끝난 비망록을 새로운 증거처럼 제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이 한 전 대표에게 굴욕감을 주고 허위 증언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2010년 8월 구치소에서 부모님을 접견할 때 “검사님이 잘해주시고 격려를 해주신다. 수사관님도 다들 잘해준다”고 말했다. 또 재판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서도 “검찰에서 강압 수사를 한 적은 전혀 없었다. 편안한 상태에서 잘해주셨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또 한 전 대표가 친박계 정치인에게 6억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은 수사 단계에서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1심에서 9억원을 한 전 총리의 보좌관에게 빌려주거나,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도 이런 진술을 믿지 않았다. 여권은 ‘양승태 대법원’에서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 동향을 파악했다는 점도 지적하지만 구체적인 ‘재판 거래’가 입증된 사실은 없었다.

법원도 확정판결에 대한 의혹 제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법사위에서 “재판에 오판의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칠까 염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증거를 갖춰서 재심 신청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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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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