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은 우리 곁에 도사리는 위협과 악함에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악한 자가 너를 꾈지라도 따르지 말라.”(잠 1:10) 중국의 작가 장룽이 쓴 소설 ‘늑대토템’이 있습니다. 몽골 초원에서 늑대들과 생활하면서 깨우친 일들을 토대로 정리한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늑대를 관찰하며 놀라운 장면이라 꼽은 것은 늑대의 사냥 모습입니다. 몽골 초원에서 가장 빠른 몽골 가젤을 사냥하는데 멀리 수십 마리 늑대 무리는 대장을 따라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온종일 그 동선과 움직임을 관찰했습니다. 당장 달려가 잡아먹을 것 같은데 지나치고, ‘지금이다’ 싶을 때도 엎드린 채로 마치 없는 존재인 양, 숨죽인 채 조망만 하고 있죠.

수천 마리 가젤 떼는 초원에서 가끔 머리를 들어 주변을 살필 뿐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느끼니 마음껏 풀을 뜯어 먹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푸른 초장에서 가젤들은 언제 이런 만찬을 누릴지 몰라 열심히 배를 불립니다. 이내 배가 항아리처럼 볼록해지고 먹는 속도도 늦춰질 때입니다. 갑자기 늑대 무리의 움직임이 바빠집니다. 대장 늑대를 따라 진영을 쭉 펼쳐 전방 말고는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삼면을 둘러싸고 공격합니다.

달리기라면 최고인 가젤은 뛰어가다 물리고 열심히 도망가도 한쪽으로밖에 가지 못합니다. 늑대는 가젤 떼를 계곡으로 몰아 한꺼번에 낭떠러지로 몰아 떨어뜨려 죽인 뒤 겨울 식량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이 난리 중에도 살아남는 가젤이 있습니다. 초원에만 오면 만나는 늑대들의 사냥법에 익숙한 나이든 노련한 가젤들입니다. 녀석들은 항상 풀을 적당히 먹는다고 합니다. 언제 이 악독한 늑대가 덤벼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악한 자가, 왜 위험한 자일까요. 잘 숨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데 그 마음의 악함을 숨깁니다. 자신을 악한 자로 보이게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늑대 무리를 묘사한 것 같은 11~12절 말씀을 보십시오.

“그들이 네게 말하기를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가 가만히 엎드렸다가 사람의 피를 흘리자 죄 없는 자를 까닭 없이 숨어 기다리다가 스올같이 그들을 산 채로 삼키며 무덤에 내려가는 자들같이 통으로 삼키자.”

자세를 낮추고 엎드려 약한 자를 기다렸다가 피 흘리게 합니다. 죄 없는 자를 숨어 기다리다 산 채로 삼킵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이 무엇인 줄 아세요? 14절을 봅니다. “너는 우리와 함께 제비를 뽑고 우리가 함께 전대 하나만 두자 할지라도.” 자신들과 같은 이로 대우해주고 함께하게 해줍니다. 충분히 우리와 같은 마음이고 같은 것을 공유하는 하나임을 주장합니다.

‘전대 하나만 두자’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사도행전의 초대교회에서 서로의 것을 통용해 ‘네 것’, ‘내 것’ 없이 함께 나누고 누린 것처럼 가장하고 변장합니다. 우리 곁에서 마음을 공유하고, 같은 것을 가지고, 같은 신앙의 결로 버티니, 같이 걷지 말아야 할 그 악한 이를 구분해내기 힘듭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정체를 드러냅니다.

악한 이는 우리 곁에서 우리 같은 모습으로 우리와 깊숙이 친해지고 교류합니다. 정체를 드러냈을 때는 마음이 약해서라도 자신들을 피하지 못하도록 할 겁니다. 그래서 솔로몬의 첫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둬야 합니다. 지금은 구별할 수 없지만 언제라도 자신을 드러내는 그 정체 앞에 담대히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김진혁 목사(아산 뿌리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충남 아산 뿌리교회는 김진혁 목사가 2016년 설립했습니다. ‘사람 내 나는 동네 교회’라는 표어 아래 삶을 통한 복음의 확장이 교회가 있는 동네에서 시작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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