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각제로 가야 한다”며 “(개헌 작업은)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은 지금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지금은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할 적기”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여권에 ‘통합의 정치’를 당부했다.

문 의장은 “집권 4년차 들어서는데 지지율이 60%가 넘는 대통령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지켜보고 그대로 하려는 사람이라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집권자들이 초반에는 적폐청산으로 시작하지만 시종일관 적폐청산만 주장하다보면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나오고, 그러면 개혁동력이 상실된다”며 “통합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중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한 고민’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문 의장은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점이 됐다는 것”이라며 “사면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문 대통령의 성격을 짐작해볼 때 아마 (사면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권에서 이례적으로 등장한 박 전 대통령 사면 관련 발언에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와 함께 “(개헌은)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은 지금이 제일 좋다. 여야가 모여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다시는 비선실세가 국정농단을 하지 못하도록 제왕적 대통령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각제로 가야 한다”며 “다만 국회에 대한 불신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책임총리제를 중간단계로 거치자는 것이 내 주장”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1979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으로 시작한 41년간의 정치 여정을 회고하며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 없는 정치 인생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치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로 꼽았다. 가장 슬픈 순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고 했다.

국회의장 재임 중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던 날을 가장 기쁜 동시에 슬펐던 순간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한결같은 꿈이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였다”며 “3명의 대통령 염원을 마무리 지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입만 열면 협치를 말한 사람인데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상황이 기쁠 수만은 없었다. 내가 똥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 의장은 아들 문석균씨의 지역구 세습 논란에 대해선 “아들을 출세시키려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아들은 아비 덕이나 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너무 아쉽고 쓰라렸다”고 했다. 정치를 떠나 소박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문 의장은 “10평짜리 꽃밭이 있으면 좋겠다”며 “쌈을 좋아하니까 (텃밭이 있으면) 쌈은 계속 먹지 않을까 하는 꿈이 있다”고 했다.

김나래 김용현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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