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요즘 집에선 고기만 먹는 걸까. 직접 밥을 해먹는 일이 늘어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유독 고기값만 크게 오르고 있다. 소비 둔화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같은 식재료인 호박 오이 참외 등 특정 농산물 도매가는 어느 품목보다도 폭락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전월 대비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농·수산물이 내린 반면 축산물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면서 0.2% 상승했다. 오름폭은 작지만 다른 모든 상품을 비롯한 전체 생산자물가가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동향이다.


상품 중 공산품, 광산품, 전력·가스·수도·폐기물은 각각 1.5%, 0.7%, 0.1% 빠졌고 서비스는 보합(변동 없음)에 머물렀다. 전체 생산자물가는 0.7% 내리며 3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일종의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는 국내에서 생산해 내수용으로 파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공급가격인 생산자물가가 내리면 소비자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커진다.

농림수산품 중 농산물은 호박(-48.6%) 오이(-38.4%) 참외(-24.8%)가 크게 내리며 1.5% 하락했다. 2월(-5.8%) 이후 3개월 연속 내림세다. 수산물은 게(13.8%) 냉동새우(5.7%) 갈치(5.5%) 등이 올랐지만 냉동오징어(-3.7%) 냉동꽃게(-3.8%) 등이 내려 전체적으로 0.8% 하락했다.


축산물은 돼지고기(9.9%) 쇠고기(6.3%)를 중심으로 3.5% 상승했다. 4.8% 오른 전월에 이은 2개월 연속 상승이다.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은 축산물 생산자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 자제로 가정 내 식재료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조사에서 코로나19 발생 후 육류 구입을 늘렸다는 응답자는 지난달 35.1%로 2월 조사 때(13.1%)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서는 2월부터 지난달까지 국산 농축산물 구매량이 늘었다는 응답이 27%로 “줄었다”는 응답(14.1%)의 두 배 수준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농림수산품 중 축산물 물가만 강세를 보이는 것은 주식단으로 조리하기에 육류가 비교적 손쉬운 재료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는 데다 외식을 대체하기에도 가장 무난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축산물 중 외식용에 가까운 오리고기는 3월까지만 해도 보합을 유지해오다 지난달 18% 하락했다. 치킨 수요가 많은 닭고기는 지난달 2.4% 내리며 3월(-0.9%)보다 하락폭을 키웠다.

돼지고기·쇠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데 비해 공급이 달리는 수급 불균형도 공급물가 상승의 한 배경이다. 지난 3월 기준 쇠고기 생산량은 1만4771t으로 1월보다 39.6% 줄었다. 고기 공급을 위한 거세우 사육이 감소한 탓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사육이 감소한 돼지고기 생산량은 9만3177t으로 2개월 전보다 1.2% 줄었다. 축산물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수입도 줄었다.


육류 소비는 한동안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집에서 식사하는 습관이 자리를 잡은 데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살림통장까지 채워졌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 직후인 지난 13~18일 편의점 GS25의 국산 쇠고기 제품 매출은 전 주보다 76.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 쇠고기 제품 매출도 63.1% 올랐다. 국산 돼지고기 제품군 매출은 62.8% 늘었다.

고기값은 덩달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로 이달 평균 삼겹살 소매가격은 ㎏당 2만2130원으로 2월(1만6230원)보다 약 36%(5900원) 뛰었다. 1등급 한우 등심 소매가격은 ㎏당 평균 9만3040원으로 1년 전보다 17%가량 올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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