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의 소득과 지출이 과거와 비교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문재인정부 들어 가계소득 증대가 소비 확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이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가 되면서 가계동향조사는 소득주도성장의 성패를 보여주는 척도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표본과 조사방식 등이 계속 바뀌면서 ‘누더기 통계’라는 오명도 얻었다.

2003년 시작된 가계동향조사는 2016년까지 1년에 네 차례 분기(3개월)별로 각 가계의 소득과 지출을 함께 발표했다. 이 조사는 표본에 대한 설문조사로 소득과 지출을 파악했는데 일부 고소득층이 소득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등 한계점을 노출했다.

통계청은 이를 보완하고자 2016년 말 소득 부분은 폐지했다. 대신 국세청 등의 행정자료를 통해 집계할 수 있는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하고 지출만 남겨 연간 단위로 공표하기로 1차 개편을 했다. 다만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2017년까지만 소득 통계를 분기별 공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2월 통계청은 “학계와 정부 기관에서 분기별 소득 통계는 장기간 시계열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청을 해 2018년에도 지속하기로 했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이때부터 소득은 분기별로, 지출은 연간 단위로 따로따로 공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7년 4분기 가계의 실질소득은 9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듬해 1분기 소득 지표에서 처분가능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비율을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이 5.95배로 역대 최악으로 나오자 청와대와 여당은 오히려 “통계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통계를 탓했다. 논란 끝에 통계청은 올해부터 다시 소득과 지출을 통합하고, 분기별 공표로 가계동향조사를 개편했다. 고소득 가구 비율을 확대하고 응답 기간도 단축하는 등 표본을 다 뜯어고쳤다.

하지만 조사방식과 표본 등이 모두 바뀌면서 시계열 단절은 불가피하게 됐다. 통계청은 21일 “2019년에도 기존 조사와 개편된 조사를 병행 조사함으로써 2018년 이전과 2019년 상황, 2019년과 올해 상황을 각각 비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9년 이전 조사와 2019년 이후 조사 간 시계열 비교는 불가능해졌다.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되는 지표 추이 파악조차 어렵게 된 셈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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