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1일 국회 상무위원회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의혹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던 더불어민주당이 21일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거론하며 검찰 압박 수위를 거듭 높였다.

민주당은 특히 이 사건이 오는 7월 출범하는 공수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검찰의 강압 수사 여부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현 상황에서 재심 청구가 어려운 만큼 공수처를 활용해 당시 검찰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 경우 민주당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이 사안이) 법적으로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라며 “지금 당장 수사할 것이다, 말 것이다 말할 수 없고 독립성을 가지므로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재심 신청 가능성에 대해선 “재심 요건을 갖추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그걸 지금부터 염두에 두고 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전날 재조사 필요성을 처음 거론했던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수사 당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한 전 총리는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다”며 “이 사건의 출발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는지 주목하게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의 이런 목소리가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와 공판에 참여했던 검사들을 공수처 수사대상으로 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 시각은 엇갈린다. 한 의원은 “검찰 수사 비판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자칫하면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도 “당 지도부가 마치 당론인 것처럼 앞장서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오만하게 비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려는 모략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논평에서 “전혀 새롭지 않은 비망록을 핑계로 한 전 총리를 되살리려 하는 것은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됐으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발로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와 의식이 없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를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검찰의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두고 “굉장히 급속했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굉장히 급속하게 한 것”이라며 “문제를 오히려 조금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수사는 항상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윤미향 당선인은 어쨌든 국민이 선출하신 분”이라며 “(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날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당 공세는 한층 더 높아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이 윤 당선인 재산 형성 과정 의혹에 대해 책임 있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대표는 상무위원회의에서 “이미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본인의 해명이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계속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은 진상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TF 위원장은 곽상도 의원이 맡는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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