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세계로 중계되는 K리그의 영어중계를 맡은 방송인 알렉스 젠슨이 20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인크레더블! 판타스틱한 오프닝골(선취득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라앉은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을 K리그로 속시원하게 뚫어주는 이가 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영어 중계를 맡은 영국 출신의 알렉스 젠슨(40)이다. 그의 해설은 세계 방송사들과 중계권 계약을 맺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세계로 송출된다. 고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를 보는 듯한 매끄러운 상황 설명과 한국의 문화와 정치, 각 도시의 특성까지 알려주는 해설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해외팬들이 보다 쉽게 K리그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각 구단 간의 라이벌 관계와 배경, 곧 입대해야 하는 선수가 누구인지까지 알려준다. 20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축구의 본고장 출신답게 알렉스는 오랜 축구팬이다. 그처럼 방송 일을 했던 아버지는 그가 세 살 때부터 이청용이 뛰었던 EPL 구단 크리스털 팰리스의 경기에 데려갔다. 실제로 이청용이 뛰던 시절에는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방문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사진). 그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니 이청용이 깜짝 놀라더라”고 웃음을 띠며 회상했다. 잉글랜드에 살고 있는 아버지는 지금도 그에게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뛸 만한 한국 선수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성화다. 그는 전북 현대의 유망주 조규성과 FC 서울의 김진야를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꼽았다.

알렉스는 아내를 따라 한국과 운명을 같이한 ‘사랑꾼’이다. ESPN 영국 런던 지사 등 스포츠매체에서 일하면서 축구와 자동차경주 육상 등 각종 스포츠 방송 보도를 하고 있던 그는 10여년 전 한국에서 온 유학생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상대를 더 알아가고픈 마음에 뚜렷한 계획도 없이 연인을 따라 한국에 왔다. 비자를 얻으려 영어강사를 하던 차에 연평해전이 벌어졌고, 언론인이라는 이력 덕분에 현지 상황을 중계해 달라는 해외 요청이 쏟아졌다. 애초에는 한국에 오래 머무를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세월호 사태, 대통령 탄핵 등 격동기가 이어지면서 그는 지금까지 한국 언론사에서 방송 일을 하고 있다.

알렉스가 해설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해외 축구팬들로 하여금 응원할 K리그 팀을 찾도록 돕는 일이다. 각 구단 사이의 관계와 기업 혹은 시민구단인 배경, 각 구단 연고지의 역사 문화적 특성들을 알려주는 건 그래서다. 그는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응원할 팀을 정하는 것”이라면서 “팀의 이야기로 이 팀을 응원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한 팀에 깊은 사랑과 애착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를 보는 재미는 무엇보다 팀에 애정을 가지는 데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가 K리그를 보고 있는 지금이 각지에 팬을 만들 기회”라면서 “K리그 구단에 애착을 갖게 할 수 있다면 외국 팬들도 비록 TV화면을 통해서라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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