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B급 감성’을 내걸고 출시한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 캐릭터. 빙그레 제공

빙그레 나라의 왕위 계승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리라는 왕의 미션을 받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빙그레우스는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는 투게더리고리경이 사사건건 참견한다며 싫어하고, 옹떼 메로나 부르쟝 공작은 ‘스윗’(Sweet)하다며 좋아한다.

얼핏 들으면 웹툰이나 소설 일부처럼 들리는 이 스토리는 빙그레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빙그레 제품을 홍보하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세계관 속에는 꽃게랑군, 비비빅군 등 제품을 의인화한 다양한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빙그레우스의 ‘B급 감성’ 가득한 드립과 자연스러운 제품 홍보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50년 이상 장수기업이 많은 식품업계가 특유의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캐릭터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소비를 결정함에 있어 기업 이미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소비자들 성향에 맞춰 식품기업들도 긍정적이고 친숙한 캐릭터를 내세우며 젊은 이미지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옛날엔 식품기업들도 ‘제품만 좋으면 됐지’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크기가 크고 값이 비싼 제품들은 기업 이미지가 소비를 크게 좌우하지 않지만 식음료 같은 작고 저렴한 제품들은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 이미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은 몇몇 기업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최근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쟁사 비방글을 올렸다가 회장까지 입건된 남양유업은 2013년 ‘갑질’ 사태 이후 지금까지도 불매운동을 겪고 있다. 반면 오뚜기는 이와 대조되는 사례다.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이 1%에 불과하고 1500억원 넘는 상속세를 신고했으며 오랫동안 이어온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사회공헌활동 등 긍정적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온 덕에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오뚜기가 갓뚜기란 별명에 힘입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식품업계 내 사례가 이어지자 귀엽거나 웃긴 캐릭터를 통한 젊은 세대와의 공감대 확대는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BS 인기 크리에이터 ‘펭수’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고 매출까지 높여놓는 사례가 쏟아진 만큼 캐릭터 마케팅의 파급력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자체 캐릭터를 개발해 주 소비층이 될 10대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Z세대 통칭)에게 친숙함을 주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미래의 고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최근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마케팅은 MZ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빙그레우스 콘셉트를 적용한 첫 게시글을 올린지 세달이 채 되지 않은 사이 팔로워가 5만여명이 늘어 13만명을 기록한 것이다. 빙그레우스는 ‘40~50대 중년 남성’ 이미지의 빙그레를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MZ세대와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캐릭터를 ‘젠더리스’로 그리고 구태여 ‘왕자’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내에서도 반신반의하며 내놨던 빙그레우스는 결과적으로 성공한 마케팅의 사례가 됐다. 노골적인 제품 홍보에 거부감을 느끼던 소비자들도 빙그레우스의 B급 드립이 얹어지자 웃으며 제품을 눈여겨보게 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처음 회사 내부에서는 긍정과 부정 분위기가 반반이었지만 최근엔 식품업계의 좋은 마케팅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캐릭터 ‘쌀알이 패밀리’ 8종을 론칭하고 다음달 30일까지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 CJ제일제당 제공

이처럼 식품업계는 자체 캐릭터를 선보인 뒤 MD를 내놓거나 팝업스토어를 열어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4일 햇반 캐릭터 ‘쌀알이 패밀리’ 캐릭터 8종을 선보이고 캐릭터 팝업 스토어 운영, 캐릭터 적용 신제품 출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쌀알이 패밀리 캐릭터는 흰쌀, 현미 등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다양한 잡곡들을 형상화했다. ‘쌀알이’는 백미, ‘브라우니’는 현미, ‘까미’는 흑미, ‘킹콩’은 검은콩, ‘기기’와 ‘조조’는 기장과 조, ‘뽀리’는 보리, ‘삐삐’는 병아리콩에서 착안해 개발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정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며 햇반과 CJ제일제당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및 로열티도 함께 높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캐릭터를 직접 볼 수 있도록 다음달 30일까지 ‘쌀알이 패밀리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25일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선보일 계획이다.

동원F&B는 동원참치 캐릭터 ‘다랑이’를 출시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동원F&B 제공

동원F&B도 동원참치의 오리지널 캐릭터 ‘다랑이’를 개발하고 지난 14일 갤럭시 테마와 카카오톡 테마를 출시했다. 다랑이는 동원참치의 다랑어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동원참치 캔을 타고 바다를 떠다니며 세계여행을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랜드이츠의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도 자체 캐릭터 4종을 공개하며 브랜딩 강화에 나섰다. 애슐리의 대표 시즌 식재료인 치즈, 딸기, 갈릭, 새우를 모티브로 만든 코타, 베리빗, 람찌, 오몽새가 그 주인공이다. 애슐리는 지난 13일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금속 뱃지 4종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캐릭터가 매출에 도움도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팬덤층을 확보해 미래의 고객을 만든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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