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시골에서 가져왔다며 나누어 준 귀한 먹거리. 참죽나무 싹은 해마다 봄이면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 준 나물이 아니던가. 어떻게 조리해 먹을까 궁리하다가 우선 장떡을 해 보기로 했다. 참죽나무 싹을 밀가루 반죽에 섞고 날된장으로 간을 해 지져 먹는 음식. 독특한 향기가 있어 반찬으로도 좋고 간이 맞으면 간식으로도 먹을 만하다. 우리 집 뒤뜰에 서 있었던 참죽나무 한 그루. 어른들은 참죽나무 싹을 봄철의 미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봄기운을 머금은 싹이 돋으면 아버지는 벗들을 불렀다. 소박한 살림이지만 참죽나무 싹이 술안주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버지와 가까웠던 나무이던가. 예부터 뒤뜰에 참죽나무가 자라는 사랑채는 아버지가 거처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남의 어른을 부를 때 춘부장(椿府丈)이라 하지 않던가. 그 나무가 바로 참죽나무(椿). 언제나 꼿꼿하게 서 있는 나무를 두고 젊음을 생각했는지, 참죽나무처럼 허리 구부러지지 말고 건강을 유지하라는 축원의 뜻이 담겨 있는지 모른다.

어릴 때는 참죽나무 싹의 짙은 냄새가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어른들은 참죽나무 싹을 상에 올려 쌈으로 즐겼다. 게다가 겉절이에 장떡, 장아찌, 튀각까지 참죽나무 싹이고 보면 아이가 입맛을 잃었을지 모른다. 반찬 그릇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내게 아버지는 꾸지람하셨다.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반찬 투정이냐며 회초리까지 들었던 것 같다. 나이를 먹고 보니 유년기에 먹었던 맛을 기억하게 되고 다시 옛 먹거리를 찾게 되었다. 참죽나무 장떡 한 조각을 입안에 넣는 순간 기억 속에 잠든 향기가 되살아났다. 1년에 딱 한 번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선물을 주신 지인의 마음마저 배어 있는 그 향기가 온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자줏빛 이파리가 품고 있는 진한 향기가 슬픔처럼 밀려와 아버지의 회초리를 생각하게 하는 봄날의 식탁이다. 때로는 회초리마저 그리울 때가 있지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오늘따라 참죽 싹 향기가 그윽하다.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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