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백신은 언제쯤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 이걸 ‘뉴노멀’로 삼고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

뉴노멀 시대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생활 속 방역’ 말고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철학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타인과 거리를 두게 되지만, 역으로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차승원은 ‘평범한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평범해져야 나도 평범해진다. 남이 불행한데 내가 평범할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평범한 삶이라는 게 나 혼자의 힘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태원발 코로나 집단감염 양상은 타인을 생각하지 않은 한 사람의 이기심 때문에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가 직업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동선을 공개했다면 그와 전혀 상관없던 한 살짜리 아이가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침투하지만,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기는 일은 내가 얼마나 조심하느냐에 따라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연대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서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해야 하며 신뢰와 포용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책임을 두고 볼썽사나운 싸움질을 해대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며 ‘백신은 공공재’라고 하고 있지만, 먼저 깃발을 꽂고 막대한 이익을 누리겠다는 속내가 있다는 의심은 거두기 어렵다. 당장 코로나19 치료 효과도 제대로 검증 안 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가격이 수천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며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행태를 보고 있자면 인류가 그동안 쌓아 올린 아름다운 가치들이 허망하게 무너졌다는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 분업 시스템도 붕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장 이후 가속화한 보호무역주의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선진국이 힘으로 이익을 차지하려는 이기적인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1만5000년 된 뼈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사례가 소개된다. 한 학생이 문명이 나타났다는 첫 증거가 뭔지 미드에게 물었다. 대답은 1만5000년 전에 발견된 대퇴부 뼈였다. 중요한 건 이 뼈가 부러졌다가 회복된 것이라는 점이다. 대퇴부 뼈는 인간의 뼈 중 가장 긴 것으로 부러지면 움직이기 힘들고 회복에도 6주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그가 회복할 때까지 보호해주고, 먹을 것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뼈가 붙기 전에 맹수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미드는 인류가 서로 보호해줬다는 증거가 문명의 시작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코로나19를 극복할 인류의 열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김준엽 온라인뉴스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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