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넘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필수적인 에칭 가스를 포함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가 강화된 게 지난해 7월 1일이었다. 8월 2일엔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일본 내각에서 의결됐다.

지난 10개월간의 양국 교역 상황을 보면 일본 쪽 손해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력 산업은 곧바로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의 수입선 다변화 및 국산화를 꾀했다. 그 결과 피해가 예상됐던 100대 품목 중 76개 품목의 대체품이 확보됐다. 반면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일본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재는 더하다. 비상식적인 무역 규제에 맞서 시작된 시민들의 불매운동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7.8%나 줄었다. 일본 맥주의 최대 해외시장이었던 우리나라의 편의점 등에서는 지금도 일본 맥주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4월 담배 수입액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입 자동차 중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2%대에서 5.5%로 쪼그라들었다.

대일 수입 감소에는 코로나19 사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은 1년 전보다 37.2% 줄었다. 전체 소비재 수입 감소율 9.5%의 4배에 가깝다. 혹독한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일제를 쓰지 않겠다는 시민의식은 꿈쩍도 하지 않은 셈이다.

우리 정부가 최근 일본 정부에 이달 말까지 수출 규제를 철회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참에 수출 규제를 풀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 태도에는 변화 조짐이 없다. 이대로 가다 보면 일본 상품은 아예 한국인 뇌리에서 잊힐 수도 있겠다. 코로나19 사태 후에는 다른 세상이 온다는 관측도 있지만, 일본 수입품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없고 수출 통제 이전과 이후만 있다. 일본의 결자해지가 옳겠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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