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국회에서 21대 국회 원구성을 위한 첫 회동을 하고 있다. 양당은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등 조속한 원 구성을 하기로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단은 6월 5일까지, 상임위원장은 6월 8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권현구 기자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20대 국회가 4년의 임기를 끝내고 29일 문을 닫는다. 임기 첫해인 2016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20대 국회는 이후 깊어진 진영 갈등으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여야가 대치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는 원내정치 대신 광장정치가 기승을 부렸다. 20대 국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대 국회를 떠나는 여야 의원 6명에게 21대 국회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4선의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에 ‘야당 배려’를 제1덕목으로 제시했다. 강 의원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는 다수라고 해서 무조건 밀어붙이거나 소수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다보면 국회가 또 다시 파행될 것”이라며 “177석의 여당은 야당을 배려하고, 103석의 야당은 여당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중진 의원으로서 지난 4년간 ‘식물국회’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마음에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꼈다”며 “세비 받는 것도 부끄럽고, 의원 배지도 부끄러워 국민들을 볼 수 없다는 마음이 들어 내려놓고 나왔다. 의원들은 정신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찍이 불출마 뜻을 굳혔던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며 “양심에 따라 이런 정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당내 경제통으로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종 의사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백가쟁명식 토론이 필요하다. 다양한 의사 개진을 순기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과제로는 개헌과 함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꼽았다. 최 의원은 “국정농단이라는 국가적 불행이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들이 심의 자체도 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며 “한국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의 요구사항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 대표 소신파로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해영 의원은 “우리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생산적인 여야 협치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어느 조직이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건강하고 생명력이 높은 조직”이라며 “절제된 언행을 통해 본인의 주관을 펼쳐나가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각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여야가 치열하게 싸우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생과 관계없는 부분이 많다”며 “국회가 좀 더 미래지향적인 의제를 놓고 활발히 논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떠나는 미래통합당의 중진들은 21대 국회에선 강경 투쟁보다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으로 변모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여야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병국 통합당 의원은 “통합당은 103석(미래한국당 포함)을 가지고 국회를 보이콧하고 거리로 나가서는 안 된다”며 “장외투쟁을 할 거면 뭐하러 국회에 들어가냐. 야당은 원내에서 대안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여당은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은 여당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하는 게 정치”라며 “그래야 정치가 실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 간 상호 존중과 대화 없이는 결국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김용태 통합당 의원도 “야당은 어떤 법안을 무작정 반대하는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대안과 결과를 국민과 역사가 심판하도록 해야 한다”며 “야당이 또다시 극한 투쟁을 반복한다면 국회는 엉망이 되고, 야당엔 발목잡기 오명만 남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관성대로 ‘정부·여당 정책이 틀리다. 그렇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 우리는 죽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아무런 실리도 얻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그동안 국회가 말로만 상임위 중심주의를 외쳐 왔다”며 “21대 국회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상임위 중심주의를 구현해 의원들이 법안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쟁점 법안을 여야 지도부 간 협상에 의존하기보다는 해당 상임위에서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시절 대여 강경 투쟁 노선을 이끌어 왔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투쟁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삭발, 단식, 집회·시위, 가두행진 이런 것들은 협상력 제고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그 수단들을 목적으로 착각한 적이 많다”고 반성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투쟁의 선명성만 강조하고 협상을 소홀히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 전체에 미친다”고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협상보다는 대여 공격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또 “야당은 정책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통합당은 장애인, 노동자, 취약계층은 물론 환경 문제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 건강한 보수 정당의 새 색채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가현 이현우 이상헌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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