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 입시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느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을 관통하는 핵심 쟁점이다. 최근 정 교수 재판에서는 허위·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딸 조모씨의 인턴십 확인서 등 서류들이 입시에 실제로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는 취지의 대학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허위 스펙 의혹’과 별개로 업무방해죄는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 발생할 필요는 없다”는 확립된 판례를 갖고 있어 정 교수 측이 유리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 교수의 딸 조씨는 2013년 7월 공주대·단국대·서울대 등에서 받은 각종 인턴십·체험활동확인서와 동양대 표창장 등을 2014년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해 1차 서류전형까지 합격했다. 검찰은 조씨가 ‘허위 스펙’을 냈다는 공소사실을 전제로 대학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핵심 근거는 ‘제출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 작성한 경우 불합격 처리되며, 합격 이후에도 합격 또는 입학허가가 취소된다’는 서울대 모집안내 내용이다.

당시 서울대 입시 관계자였던 신모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재판에 출석해 검찰 공소 논리를 흔드는 증언을 내놨다. 신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조씨가) 서류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1단계를 통과한 것 같다”며 조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그러나 그의 증언은 재판에 와서 뒤집혔다.

신 교수는 “다른 학생들의 점수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한 진술”이라며 “수정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법정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 이후 1차 서류전형 합격자의 점수 분포를 확인하면서 조씨 성적이 하위권이었던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조씨가 낸 서류들이 1차 서류전형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는 조씨 스펙이 허위로 밝혀지더라도 입시에 대한 업무방해죄는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검찰로서는 믿었던 증인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법원 판례는 정 교수 측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할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사건 때도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비슷한 취지의 하급심 판례들도 있다. 수원지법과 광주지법은 2018년 2월과 9월 위조한 법학적성시험(LEET)이나 영어시험 성적표를 로스쿨 입시에 제출한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수원지법은 위조된 성적표 제출로 불합격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는 데도 업무방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이를 양형에만 유리하게 참작했다. 검찰은 두 판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공판에서 “(조씨가) 결과적으로 1차 전형을 통과했고 만약 (제출 서류가) 허위라는 게 알려지면 그만한 점수는 못 받았을 텐데, 그렇다면 다른 1명은 통과 못 하게 된 것 아니냐”고 신 교수에게 물었다. 신 교수는 “서류심사가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이 학생(조씨) 때문에 1차 전형에 원래 합격할 학생이 못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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