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에 의해 정치권의 판도가 완전히 재편됐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이 의석수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됐을 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의석수 103석으로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더 큰 것은 오히려 군소정당의 몰락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어느 정당도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당들의 연대가 불가피했다. 제1당조차 단독으로 국회 의결을 이끌어낼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국회에서 정당 간 의견 조정이 어려워진 점이 있었지만 그 또한 의회제도의 본질이기도 하다. 의회라는 공개된 장소에 국민의 대표인 수백명 의원이 모여서 다양한 국민의사를 수렴해 반영하고, 각종 이해관계 및 갈등을 조정하는 가운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로 의회제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1세기 민주주의의 특징은 다양성의 강화이며,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다당제로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전통적인 다당제 국가인 프랑스나 독일에서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눈에 띄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당제 국가인 영국 등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왜 우리는 다당제의 경향을 보이던 20대 총선과 달리 21대 총선에서는 양당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을까? 첫째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것은 양대 정당을 중심으로 한 진영논리가 강해지면서 제3당이 설 자리가 약화됐다는 점이다. 보수와 진보를 앞세운 진영논리는 적과 동지의 흑백논리로 이어지면서 정치적 다양성이 포용될 수 있는 여지를 크게 위축시킨 것이다.

둘째, 지난 20대 국회에서 군소정당이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국민의당과 정의당, 그리고 국민의당 분당 이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이 나름대로 정치적 역할을 해왔다고 하지만 양대 정당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제3의 길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이 군소정당의 독자적인 존재 의의를 강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셋째, 선거제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20대 총선과 제7회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던 정당 득표율과 정당별 의석수의 불비례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21대 총선에서의 불비례성이 오히려 더욱 심화됐다는 점은 선거제도 개혁을 앞세운 공직선거법 개정이 실패로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와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21대 총선 결과를 국민의 선택이라고 간단하게 결론 내기 어려운 것은 선거제도의 왜곡 및 이를 가능케 한 군소정당의 개정 공직선거법에 대한 찬성 때문이다.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1대 1로 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곧바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많이 후퇴한 것이 국회 정개특위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심상정안)이었고, 여기서는 225대 75(3대 1)의 비율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본회의에서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그대로 유지하고, 비례대표 47석 중에서 30석만 연동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개정 공직선거법은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성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군소정당에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것이었는데 왜 이런 공직선거법 개정에 찬성했는지 의문인 것이다.

결국 스스로 찬성한 선거법 때문에 군소정당은 몰락했고, 더불어 다당제가 사실상 붕괴됐다. 더욱이 거대 여당의 독주에 대해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과반의석을 가진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힘으로 누르고 국회를 주도한 결과 동물국회를 연출했던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정치가 구태를 벗기 위해서는 거대 여당이 앞장서 협치를 실현해야 할 것이지만, 군소정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그 존재 의미를 국민들에게 일깨우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록 국회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작더라도 제3의 대안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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