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독일 함부르크의 한 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촬영된 ‘렘데시비르’ 유리용기의 모습. 에볼라 치료를 위해 개발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첫 표준 치료제로 인정돼 우리 방역 당국도 중앙임상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긴급 사용승인 도입을 요청할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에볼라 치료를 위해 개발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첫 표준 치료제로 인정받게 됐다. 가장 신뢰할 만한 수준의 인체 임상시험을 통해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완화와 회복기간 단축 등 효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다만 렘데시비르가 사망률을 크게 낮추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방역 당국은 중앙임상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렘데시비르의 긴급 사용승인 도입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미국은 이달 초 중증 환자 치료에 긴급사용을 승인했고 일본 정부도 특례 수입을 허가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3상) 결과가 지난 23일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됐다. 임상시험은 전 세계 10개국 73개 의료기관에서 폐렴이 동반된 중증의 코로나19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국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 21명이 참여했다. 실험자와 피험자 모두 실험내용을 모르게 하는 이중맹검과 위약(가짜약)대조군 연구 디자인으로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를 10일간 투여한 코로나19 환자는 위약 투여군에 비해 회복 기간이 15일에서 11일로 약 31% 단축됐다. 치료 후 14일의 사망률은 렘데시비르 투약군이 7.1%, 위약군이 11.9%였다. 연구진은 “렘데시비르만으론 치명률을 낮추지 못하는 만큼, 산소 호흡기 등 보조치료가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환자가 산소 호흡기를 장착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나빠지기 전에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NIH임상시험 한국 책임자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회복 기간이 4일 단축됐다는 것은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 산소와 같은 의료자원이 그만큼 더 많아지는 효과를 낸다”며 “의료시설과 기구가 절실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제조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 측은 “코로나19 치료에서 렘데시비르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된다면 한국의 건강보험체계에 맞춰 국내 환자들에게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외에서 다양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렘데시비르 만큼의 효능을 보인 항바이러스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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