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두는 게 싸대요” 정신병원서 나가지 않는 사람들 [이슈&탐사]

[‘미친’ 사람들과의 인터뷰-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 <2부> 오류의 반복 ④부유하는 환자들

지난 24일 촬영한 수도권 소재 한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모습. 하얀색 벽에 철창 달린 창문이 보인다. 서영희 기자

입원기간 10년 이상의 정신질환자 1만4890명은 격리·수용 위주의 한국 정신보건정책이 빚어낸 참담한 결과다. 통계를 좀 더 내밀하게 분석해 보면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 보다 면밀하게 파악된다.


김민철(가명·64)씨의 네 살 터울 동생은 현재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있다. 동생은 21살 무렵 조현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동안 옮겨 다닌 병원만 10곳이 넘는다. 가족들이 그를 입원시킨 횟수는 50차례, 기간으로 따지면 25년이 넘었다. 처음 증상을 보이고 지금까지 39년이 흘렀는데 이 중 25년을 병원에서 지낸 것이다. 김씨는 “동생은 이제 회복이 불가능하다. 폐쇄병동 외에는 갈 곳이 없다. 선택지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씨 동생은 국가의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통계에는 반영이 안 됐다. 입·퇴원 반복 때문이다. 환갑이 다 된 나이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있는 김씨 동생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한해 수천명 사망… 전체 환자는 그대로

국민일보가 지난 19일부터 3회에 걸쳐 보도한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 등장인물 225명(수도권 A정신요양시설 입소자)의 과거를 보면 대략의 유추가 가능하다. 이들 중 정신병원에서 전원기록이 확인된 환자는 134명(59.5%)이었다. 시설은 병원을 전전하다 보호자가 나이가 들거나 사망한 환자의 다음 행선지로 꼽히는 곳이다. 정신요양시설 59곳의 신규 진입자로 볼 수 있는 ‘재원기간 1년 미만 입소자’는 2018년에만 846명이었다.

정신병상 입원환자의 10% 정도는 그해 사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정신병상 입원환자는 6만4611명(실인원수 기준)이었는데 이 중 6252명이 그해 사망했다. 사망자는 이후로도 매년 6000~7000명씩 발생했지만 정신병상 입원환자는 6만명대를 유지했다. 최근 10년간 정신병원 입원 이력이 있는 환자 사망자 수는 모두 6만9960명이다.


병원을 떠돌아다니다 시설로 전원되거나 사망하는 경로는 이처럼 분명했다. 그럼에도 정신병상 입원환자 수가 크게 줄지 않는 것은 잠재적 환자군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기간 정신질환을 앓던 수천명이 사망해도 새로운 환자가 발생해 정신병상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입원 환자의 지역별 편중 현상도 관측됐다. 10년 이상 장기입원 환자(주민등록상 주소지 기준 단순 합산)의 46.2%가 영남권에 집중돼 있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전체(25.7%)보다 높다. 특히 경남은 장기입원 환자 2221명(14.9%)이 집중돼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부산(1774명·11.9%), 경북(1682명·11.3%)도 적지 않은 숫자의 환자들이 정신병상에 장기 수용돼 있었다. 환자 전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청도 대남병원 사태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2018년 기준 폐쇄병상 수 역시 영남권이 39.4%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치가 한국 정신보건체계의 슬픈 역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과거 부랑인 시설을 운영했던 복지재단들이 훗날 몸집을 키워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을 운영한 사례가 많은데 이들이 영남권에 집중돼 있었다는 것이다. 형제복지원재단 역시 병원과 요양시설을 운영했었고, 청도 대남병원의 전신 역시 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사회복지법인 구덕원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문정신병원 설립 역사를 보면 부랑인 수용시설이나 정신요양시설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지방의 열악한 병원들은 현재까지도 일종의 수용시설로 운영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수도권 환자들 중 보호자들이 돌보기 어려울 때 그쪽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다 시설 밀집 지역으로 부유하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40세 이상 65세 미만이 80.3%(1만1951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65세 이상도 15.8%(2352명)로 집계됐다. 통상 조현병은 10, 20대 때 최초 증상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질병이 만성화된 상태의 환자들이 정신병원에 수용돼 있다는 의미다. 성별로는 남성이 66.6%(9919명)로 여성(33.4%·4971명)의 2배였다.


1만5000명도 최소치

정신병상 10년 이상 재원환자 1만4980명의 통계에는 일반병상 재원 이력이 빠져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경증으로 여기고 일반 병원에 입원했다가 정신병상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 중 정신병상 재원기간이 9년인데 일반병상 재원기간이 1년인 사례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으로 일반병상에 입원한 환자까지 모두 포함한 2019년 실인원수는 16만9792명, 이 중 10년 이상 재원자는 2만8명이다.


홍 교수는 “주민번호가 없는 행려환자가 빠져 있거나 병원과 요양시설을 오가는 환자들은 집계가 안 됐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기회에 장기 입원환자 실태를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서도 정신병상에 입원 중인 환자들의 재원기간을 확인했다. 2019년 12월 31일 당일 재원환자 중 10년 이상 입원환자는 1620명이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 수치는 오직 한 병원에서만 연속으로 10년을 입원한 환자들의 숫자여서 실제 장기 만성환자들을 모두 나타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들은 누구일까

“어머니가 강제로 넣어서 나가려고 했었는데, 3년쯤 지나니깐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그냥 여기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외출은 있으니까, 그걸로 족해요.”


13년째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지내고 있는 박기태(가명·64)씨는 대표적인 사회적 입원 환자다. 사회적 입원은 의료적 필요성이 낮은 불필요한 입원을 뜻하는 용어다.

박씨가 만족한다는 외출은 주말 이뤄진다. “아침에 택시 불러 타고 근처 시장 앞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거나 초밥을 먹어요. 그 뒤로는 담배 피우고 거리 구경도 하다가 오후 5시쯤 들어와요. 그러면 끝이에요.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아요.” 평일엔 정해진 시간 병원 내 산책을 하거나 가끔 매점에서 어묵이나 만두 같은 간식을 사먹는 일이 낙이다.

정신과적 증상은 30대 때부터 불현듯 나타났다. 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했는데 이후 한국에 들어온 뒤 조현병이 발병했다. 군생활에서 싸움이 잦았고 연인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방황했다. 의욕이 떨어지면서 집에서 잠만 자게 됐고, 가족에게 화를 내는 일도 잦아졌다. 잠깐씩 정신병원에서 단기 입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폐암 선고를 받으면서 증상이 세졌고, 폭력 성향까지 나타났다. 가족과의 갈등 끝에 보호자에 의한 강제 입원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내보내달라고 어머니와 다퉜죠. 의료진도 본래는 1년6개월만 지내라고 했어요. 그러다 여기서 다른 환자와 싸움이 있었고, 입원 기한이 좀 연장됐어요.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 3년이 지났더라고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는 제 의지로 있는 거죠. 저는 늙었으니 할 것도 없고, 어머니나 동생도 제 퇴원을 바라지 않아요. 무기한 있으려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사실 의료진은 그에게 여러 차례 퇴원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에 의한 입원을 자의 입원으로 바꿨다. “동생은 제가 나가 살면 재발할까봐 겁난다고 해요. 경제적으로 저를 책임져줄 수도 없다고 하고. 혼자 생활하기 힘들겠다는 거죠.” 고령의 노모는 현재 노인요양시설에 살고 있다.

퇴원시킬 이유가 없다

장기입원 환자 1만4890명 중 박씨 같은 사회적 입원 환자는 얼마나 될까. 일선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병원 밖에서 꾸준히 치료받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대략적으로 절반 정도 환자는 퇴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정신과 전문의도 “환자분 중에 사회보다 오히려 병원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너무 오래 갇혀 있다 보니 나가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부 입장에서도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두는 게 가장 싸다”고 했다. 한 국립정신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입장에서 장기 입원이 운영상 편리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환자만 만성화되는 게 아니라 의료진도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기입원 환자들 중에는 적절한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증상이 만성화된 뒤 뒤늦게 병원에 온 집단도 상당수다. 1차 치료가 완료된 뒤 퇴원했지만 사회적 지지 체계가 없어 질환 관리에 실패하고 이후 입퇴원을 반복하는 만성 환자도 많다. 이들에게는 ‘탈원화’가 능사는 아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미국의 경우 정신병원 탈원화 정책 이후 상당수 환자들이 교도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민간 병원들이 병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성 장기 환자들을 퇴원시키기 어렵다. 탈원화의 동기를 국가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입원을 막기 위한 제도적 노력 역시 만성 환자들에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연도별 환자들의 재원 기간을 분석한 결과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된 2017년을 전후해 유의미한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 특히 연간 300일 이상 입원환자의 수와 비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개정안은 강제 입원의 경우 입원한 지 3개월이 지나면 입원 연장에 대한 심사를 받게 하는 등 장기 입원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이미 만성화된 환자들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이 탈수용화의 정책적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치료 서비스 지연 등 각종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현재 지역사회 정신질환 관리의 미성숙은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탈시설화의 역설을 드러내고 있고, 인권침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보건 관련 전체 예산을 확대하고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보건복지 통합 서비스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정신질환은 완치의 개념보다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입원 치료와 커뮤니티 케어가 연결돼야 하는데, 커뮤니티 케어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다시 입원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가족들의 사회적 지지 체계가 무너지면서 재입원하게 되고 점점 버려지게 된다. 환자만 희생하면 가족도, 의료진도, 정부도 모두가 눈을 감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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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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