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친한 부부와 함께 인천 송도에 놀러갔을 때의 일이다. 호수에서 보트를 탔는데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경치가 정말 멋졌다. 날씨가 좋은 휴일이었던지라 넓은 호수에는 다른 보트가 꽤 많았다. 쌍둥이 중 큰아이는 겁이 많은 편인데 건너편에서 다른 배가 조금이라도 다가온다 싶으면 방향을 바꾸라고 소리를 질렀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려고 했는데 아이를 달래느라 정신없었다. 지금 운전을 정말 잘하고 계시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도 소용이 없었다. 앞에서 다른 배가 나타나기만 하면 피하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결국 달래기를 포기하고 그냥 내버려뒀다.

호수 끝에 있는 작은 섬을 돌아나갈 때 아이의 비명은 극에 달했다. “앞에 섬이 있어요. 위험해요! 어서 핸들을 틀어요!” 그때까지 참고 아무 말 하지 않던 작은아이가 큰아이에게 갑자기 소리를 쳤다. “야! 운전은 타짜에게 맡기고, 너는 즐기기나 해!” 이 말에 배에 탄 우리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도대체 ‘타짜’라는 말은 어디에서 들었으며, 운전을 잘하는 사람을 어떻게 ‘타짜’라고 부를 생각을 했을까 싶어 내릴 때까지 웃음이 나왔다.

작은아이의 말을 들으며 문득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걱정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살아간다. 지금 하는 걱정 중 대부분은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매사에 조심하는 건 필요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건 장점이 많은 삶의 자세이다. 하지만 과도한 걱정은 오히려 지금 누려야 할 즐거움을 앗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고 해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걱정을 많이 하는 아이의 타고난 성향은 앞으로도 이어질 테니 이를 바꾸려 하기보다 안 해도 되는 걱정이라면 달래주고 진짜 걱정할 일이라면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려고 한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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