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둘러싼 의혹의 본질은 시민단체의 권력화다. 정의기억연대의 최우선 임무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함’이다. 그렇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에서 피해자를 볼모로 자신들의 ‘사업’을 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친일-반일 프레임을 무기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권력이 됐다. 한국 시민단체의 대표 격인 참여연대는 주요 활동가들이 이번 정부 핵심 요직 곳곳을 꿰차 ‘문재인정부는 참여연대 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단체 정관에 명시된 목적은 ‘국가 권력 감시’.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문정부의 방패막이가 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민단체의 권력화, 정치화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이미 14년 전인 2006년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보고서’에서 “시민운동이 권력에 편승하고 나아가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시민운동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시민운동이 타락하게 된 원천을 찾자면 2001년 9월 당시 경실련 사무총장이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참여연대를 이끌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 간 논쟁을 살펴봐야 한다. 이 전 처장은 시민운동의 병리 현상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시민단체의 권력기관화, 둘째는 시민단체의 관료화다. 이 전 처장은 시민단체가 헌법보다 위에 서는 ‘심판자’가 되려 한다며 시민단체의 초법화(超法化)를 세 번째 문제로 꼽았다. 마지막으로는, 관심을 끌어 한 건 터뜨리는 데 몰두하는 센세이셔널리즘(선정주의)을 비판했다. 그의 지적은 지금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현실성이 있다. 이 전 처장은 26일 여기에 덧붙여 반성을 모르는 몰염치를 다섯 번째 병리 현상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이용수 할머니의 절규를 듣고서도 꿈쩍 않고 버티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최소한의 도덕성도 없는, 세계에 유례없는 독특한 시민운동을 한국인들은 목격하고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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