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재정 확대 의지를 드러내면서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국책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증세 논의 필요성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사실상 증세를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 정책 기조상 증세가 추진될 경우 ‘부자 증세’ 가능성이 높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26일 ‘재정포럼 5월호’ 기고문을 통해 “현재와 같은 재난의 시기에는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하에 필요한 증세를 뒤로 미루지 말고 적절한 규모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증세론을 폈다.

김 원장은 특히 부자 증세를 주장했다. 김 원장은 “세금 부담을 어떤 소득계층에서 하느냐, 어느 분야에 지출하느냐에 따라 경기부양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며 “소득 상위계층에서 부담한 세금으로 소득 하위계층에 이전지출을 제공하거나 정부 투자에 사용한다면 긍정적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세는 경제위기와 같은 시기에 국민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점에서 대외 신인도 제고에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20일 “재정지출 확대의 수요가 있는 만큼 그에 준해서 재정수입도 확대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KDI와 조세재정연구원이 내세운 증세의 배경은 서로 결이 다르다. KDI는 복지 수요 확대와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대응에 방점이 찍혀 있고, 김 원장은 경기부양 효과 극대화와 대외 신인도 제고 등을 위해 증세를 주장했다. KDI는 보편적 증세, 조세재정연구원은 부자 증세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다만 두 국책 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증세 방안을 역설한 것은 향후 정부의 재정 정책을 가늠하는 시그널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청와대는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증세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재원 마련은)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2일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 여력 확보와 미래세대 재정 부담 축소를 위해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사회적 연대’를 활용한 방안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에둘러 증세 필요성을 거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부자 증세’ 저항 적지만… 소비·투자 위축, 세금 회피 단점도

세종=이종선 기자, 임성수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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