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24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인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관련 내용을 한국 정부와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측은 ‘논의’ ‘공유’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에 지지 요청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26일 국내 언론에 “홍콩 안전수호와 관련된 입법(홍콩보안법) 진행 상황을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를 포함해 각계와 공유했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 측은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관련 입장을 지지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공유했다”고만 답했다. 논의 과정에서 중국 측이 홍콩보안법 제정의 정당성을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한국 정부에 홍콩보안법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의 이해와 지지를 믿는다고 언급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측은 이날 국민일보에 “중국과 한국은 이웃 국가로 서로 핵심이익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존중해 왔다. 홍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며 “우리는 적극적으로 한국 측에 홍콩 관련 국가보안법의 배경을 소개할 것이고 한국 측이 이해와 지지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싱 대사가 최근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싱 대사는 지난 22일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을 면담하고 양국 간 기업인 입국 절차를 간소화한 ‘신속 통로’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때 싱 대사는 “신속 통로 확대로 양국 경제인 왕래가 활발해져서 지역 및 세계의 산업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 채널에서 이뤄지는 한국과 중국 간 소통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변호사협회가 성명을 통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한다면 기본법 등에 위배되는 여러 법적 문제점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홍콩보안법 초안에는 외국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이를 홍콩의 헌법 역할을 하는 기본법 부칙 3조에 삽입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홍콩변협은 “홍콩 기본법 18조에 따르면 부칙 3조에 삽입될 수 있는 내용은 외교, 국방 등 홍콩의 자치 영역 밖에 있다”면서 “홍콩 기본법 23조는 홍콩 정부가 스스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인대는 홍콩보안법을 제정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성은 임세정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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