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레인저가 지난해 가을 북한산국립공원에 찾아온 청소년에게 자연 해설을 해주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미국 옐로스톤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찾아가면 스카우트 복장의 레인저가 탐방객들을 맞이해 준다. 이들은 국립공원의 역사와 특징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구호활동, 치안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선생님과 구조대, 경찰 역할을 한꺼번에 하기에 미국에서 레인저는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다.

이런 레인저가 한국 국립공원에도 있다. 그런데 국내 탐방객들에게 레인저는 그저 쓰레기를 줍고, 개울에 발도 못 담그게 감시하는 귀찮은 존재로 여겨진다. 엄연히 레인저라는 명칭이 있는데도 비하의 의미로 ‘국공’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국 레인저도 미국 레인저와 똑같은 일을 한다. 자연에 대해 가르쳐주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고, 사법권을 가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 레인저는 탐방해설과 안전관리, 현장관리 등을 하는 준정부기관 직원이다. 현재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 21개 국립공원에서 약 2500명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 국립공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곧 여름이 다가옴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국립공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레인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면 더 유익하게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인저들은 탐방객들이 각 국립공원의 특성과 자연 등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해설 프로그램은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에 대한 관찰, 스토리텔링, 체험놀이 등을 통해 자연과 문화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국립공원 입구에서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 대표 장소에서 1~2시간 진행한다. 레인저들은 자연관찰로 같은 탐방로에 직접 인도하기도 하고 특정한 자연현상 또는 해설에 필요한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상황과 현장에 맞는 해설과 체험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미국을 본받아 환경보호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위한 주니어 레인저도 운영하고 있다. 경주, 계룡산, 덕유산, 지리산 등 7곳 국립공원에선 연 8회에 걸쳐 교육·자원봉사가 연계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북한산, 내장산, 가야산 등 5곳에선 조류탐사, 지질탐사 등을 하는 1박2일 숙박형 캠프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레인저들은 이밖에도 환경교육과 생태관광도 함께 한다. 다만 해설프로그램과 환경교육, 생태관광은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 다시 이런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레인저는 국립공원 내에서 경찰 역할도 수행한다. 주로 불법 시설물과 불법·무질서 행위를 단속해 사안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사처벌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실제 국립공원 소장은 법률적으로 사법경찰관, 일반 레인저는 사법경찰관리로 지명돼 있다. 일반 경찰 간부의 정식 명칭이 사법경찰관, 하위 직급 경찰이 사법경찰리인 것과 똑같다.


레인저는 16개 항목에 대해 감시와 처벌을 한다. 구체적으로 쓰레기 투기, 노상방뇨, 자연훼손, 음주소란 등이다(표 참조). 물길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불안감을 조성하고 애완견을 함부로 풀어 놓아도 단속 대상이다.

다만 적발되면 무조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레인저는 공원 순찰 시 경미한 위법행위를 발견하면 처음에는 ‘착한탐방안내장’을 발급해 주의를 준다. 이후 2차에 걸쳐 적발될 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원칙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계도·단속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법행위 초기에 분명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이해를 시키는 계도를 통해 가급적 불법행위를 초기에 적발해 공원 자원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레인저가 조난당한 탐방객을 로프를 이용해 구조하는 모습. 레인저는 국립공원에서 해설과 안전관리, 현장관리를 하면서 탐방객과 늘 함께 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레인저의 중요성은 조난 때 더욱 도드라진다. 국립공원은 위험한 산지가 많기 때문에 매년 200건가량의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레인저들은 지형을 잘 알고, 갖가지 응급처치 요령에 숙달돼 있어 조난 시 큰 도움을 준다. 실제 2015년 12월 덕유산국립공원에선 폭설로 탐방로 전 구간 입산이 통제됐지만 산악회원 27명이 등산에 나섰다가 조난을 당했다. 레인저들은 인근 소방서 구조대원들과 함께 이들을 구조하러 떠났다.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아 헬기를 띄울 수 없자 이들은 무려 1m 넘게 쌓인 눈을 헤치고 조난자들을 한 명씩 업고 무려 12시간 동안 걸어서 산을 내려오는 투혼을 보여줬다.

내년 하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 ‘지리산’은 국립공원 레인저의 구호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드라마에는 주지훈과 전지현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공원에 가면 탐방로상에 약 500m 간격으로 설치된 다목적 위치 표지판의 번호를 점검하면서 산행을 하는 게 좋다. 다목적 위치 표지판은 국립공원에서 탐방객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각 공원사무소의 연락처와 가까운 119구조대의 연락처가 기재돼 있어 탐방객들이 조난 시 자신의 위치를 쉽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다목적 위치 표지판의 상단부는 QR코드가 내장돼 주요 탐방코스, 주요 경관자원, 인근의 대중교통 등도 안내하고 있어 탐방객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