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드라마는 영화 속 설정을 유지하면서 계급 갈등 대신 살인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설국열차’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얼어붙은 지구에서 마지막 생명체를 태운 유람열차의 질주가 다시 시작됐다. 현대 사회를 축소해놓은 1001량의 열차 칸 각각은 하나의 집단이고 부(富)가 곧 존엄이다. 신분 상승은 어림없다. 그리고 어느 날, 철저히 폐쇄된 객실 중 3등칸에서 한 승객이 죽었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섬뜩한 비밀과 마주한 이는 꼬리칸의 남자. 무임승차자로 여겨졌던 그의 손에 생존의 키가 쥐어졌다. 7년째 달리고 있는, 노아의 방주 ‘설국열차’에서 벌어진 일이다.

봉준호 감독의 다음 행보는 다시 ‘설국열차’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설국열차’의 1·2화가 지난 25일 공개됐다. 7년 전 나온 영화를 10부작 드라마로 확장한 작품으로 봉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다.

돌아온 ‘설국열차’는 영화와 큰 궤를 같이한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해보려 뿌린 냉각제 탓에 육지는 꽝꽝 얼어 불모지가 됐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인류는 오로지 열차에 탄 인간들뿐이다. 두 시간 남짓의 영화를 열 편으로 늘리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영화가 계급 갈등을 뼈대로 삼았다면 드라마는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추면서 추리 서스펜스물 같은 성격까지 띠고 있다.

이야기는 디스토피아를 횡단하는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있던 레이턴(다비드 디그스)에서 시작한다. “벗어나야 한다”는 연대의식으로 뭉친 꼬리칸의 수장 격인데, 전직 형사라는 이유로 살인사건 해결에 차출된다. 레이턴은 견고한 계급 사회를 붕괴하고 부를 재분배하기 위해 혁명을 도모하는 인물이다. 그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멜라니(제니퍼 코넬리)는 생존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옳지 않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극과 극인 두 인물은 살인이라는 매개를 통해 연결되면서 열차의 운명을 바꾼다.

자본주의를 향한 메시지는 묵직해졌다. 코넬리는 “설국열차는 자본 만능의 현주소”라며 “승객 모두 소속 칸과 자리가 있는, 철저하게 상업화된 열차의 운영 방식이 지금의 사회”라고 말했다. 디그스도 “설국열차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피소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캐릭터를 ‘이인화’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메이슨(틸타 스윈튼) 캐릭터를 멜라니와 루스(앨리슨 라이트)로 ‘쪼갠’ 것이 대표적이다. 멜라니가 강인한 통제력을 발휘하면서 무게중심을 지고 간다면, 루스는 메이슨의 패션 센스나 독특한 억양 등을 그대로 가져와 괴짜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지만 해외 매체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영국 BBC는 “기대만큼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다”며 “서스펜스와 몰입감이 넘쳤다”고 평가했다. 미국 매체 디사이더는 “봉준호 영화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시각적으로는 더 놀랍게 연출했고 에피소드는 한결 풍성해졌다”고 호평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액션신은 진루했고 전개는 상투적이며 서사는 감상적”이라고 혹평했다. 계급 분열과 관료주의 등 사회적 상징을 영리하게 활용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설국열차’의 성패를 속단하기엔 아직은 이르다고 할 수 있다. 달리는 설국열차의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절단된 시체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계급의 폐쇄성은 전복될 수 있을까. 드라마 ‘설국열차’는 매주 월요일 한 편씩 공개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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