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건강센터가 올 초 발간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를 보면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4%다.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병동에 장기 수용된 환자 상당수는 중증질환인 조현병이나 양극성정동장애를 앓고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지만, 동시에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오해와 편견도 심하다.

국민일보는 27일 이영문 국립 정신건강센터장,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성수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장, 조원용 노아병원장,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유상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조언을 받아 오해와 편견을 정리했다.

조현병은 나와는 상관없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평생 유병률이 1%다. 일생동안 100명 중의 1명은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학급에 비교하면 3반에 1명 정도가 나올 정도로 굉장히 흔한 질병이다. 실제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는 국내 환자는 10만명 정도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5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긴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 병을 인지하지 못해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도 상당수 있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증상을 보이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조현병은 불치병이다?

“치료의 정의는 전문가 집단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국제적인 추세는 치료보다 관리나 회복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상을 아예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라, 증상이 일부 있어도 사회 속에서 당사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본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이러한 회복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다. 초기에 발견할수록 회복이 쉽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적절한 관리를 받으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이미 질환이 심각해진 다음에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

“조현병 환자라고 더 위험하지는 않다.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 경우에 일부 사건들이 벌어져서 그런 오해가 더 심해진 것 같다. 사건이 발생한 뒤에 환자들의 상태를 보면 대부분 약을 복용하지 않는 등 치료가 중단된 경우다.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망상 증세 등이 심해져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진다면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위험하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런데 왜 자꾸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건이 발생하는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낙인과 편견, 오해가 낳은 결과물이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편견 때문에 환자들이 실제로 치료받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사회적 비난이 심할수록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강력범죄로 한정할 경우 일반인보다 범죄 발생 비율이 높다는 연구도 있긴 하지만,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학계에서는 조현병 환자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라 치료가 중단된 경우에 한해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정신질환자들이 쉽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정신과 약을 먹고 병원을 찾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 된다. 사회의 낙인과 편견이 더욱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차별과 배제, 격리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만성화되면 뇌가 손상된다. 그래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이후 꾸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3분의 1정도는 대게 약물치료와 면담 등으로 기능이 회복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3분의 1정도는 재발 우려가 있지만 약물치료로 관리가 가능하다. 나머지 3분의 1정도는 만성화가 깊어져 입원 외 대안이 없는 경우다. 결국 조현병 환자 3분의 2정도는 병원 밖에서 생활하면서 유지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정신재활시설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현실은 너무 적다.”

초기 증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평소에 자주 접했던 것이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나와 관련 없는 사람인데 연관이 있는 것처럼 자꾸 신경이 쓰인다면 고민을 해봐야 한다. 좀 더 뚜렷한 증상으로는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갇혀 있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나와 관련된 말이 나온다’고 느끼거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꾸 자신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뚜렷한 증상이 느껴진다면 가족 등 주위에서 잘 설득해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

[‘미친’ 사람들과의 인터뷰]
30년만에 집으로 돌아간 형원씨, 엄마 목을 조르려 했다 [이슈&탐사]
“나 죽으면 얘는 어쩌죠?” 26년 간병 엄마, 고통은 끝이 없다 [이슈&탐사]
“병원에 두는 게 싸대요” 정신병원서 나가지 않는 사람들 [이슈&탐사]
[단독] 정신병상 1만5000명… 정부 통계 60배 [이슈&탐사]
“사시사철 컵이나 닦아요” 수십년째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 [이슈&탐사]
“거기서 살다 죽어라” 말 남기고 엄마는 다시 오지 못했다 [이슈&탐사]
“꽃다운 나이에 왔지요” 정신시설 34년 산 열일곱 소녀 [이슈&탐사]
사회로 돌아온 진숙씨, 삶은 아직 해피엔딩이 아니다 [이슈&탐사]
‘무서워~ 저리가’ 우리 편견이 정신병보다 무섭다 [이슈&탐사]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