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박현주 회장 일가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를 받는 미래에셋 계열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43억9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박 회장과 계열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피한 미래에셋대우는 2년여간 중단됐던 발행어음 시장 진출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27일 박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호텔과 골프장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미래에셋대우 등 계열사 11곳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2015~2017년 3년간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 호텔과 임직원 법인카드 사용과 명절선물 구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총 430억원에 달하는 내부거래를 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본인과 배우자, 자녀 등 그룹 특수관계인 지분이 91.86%인 사실상 박 회장 일가의 가족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5년 1월과 10월 각각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골프장 블루마운틴CC와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호텔을 각각 위탁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골프장과 호텔에 대한 미래에셋 계열사들의 거래가 본격화된 것도 이 시점부터다. 미래에셋 계열사 직원들은 고객 접대는 물론 행사나 연수 시에도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을 이용해야 했다. 그룹 내 임직원과 고객용 명절 선물 공급처에도 이 두 곳이 추가됐다.

공정거래법에는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할 때에는 거래 상대방의 사업능력, 가격, 거래조건 등에 대한 비교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이 과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이 블루마운틴CC를 임차 운영한 201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미래에셋 계열사가 이 골프장과 거래한 금액은 297억원에 달한다. 2015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미래에셋 계열사가 포시즌스호텔과 거래한 금액도 133억원이다. 해당 기간 골프장과 호텔 매출의 23.7%에 달한다.

다만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정위 고발 지침에는 특수관계인(그룹 총수)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해야 하는데, 박 회장이 직접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룹 계열사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 강도 높은 조사에도 박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직접 지시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고발이란 최악의 상황을 피한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조사로 2017년 12월 이후 답보상태였던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발행어음은 금융회사가 자체 신용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어음 형태로 발행하는 1년 미만의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만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조원을 웃돈다.

세종=이종선 기자, 양민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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