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기승을 부리면서 상가 임대료도 내림세가 가팔라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상권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동안에도 꿈쩍 않던 상가 임대료가 코로나19 여파는 견뎌내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이 단기적인 임대료 하락에 그치지 않고 상권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정원이 분기별로 정리해 발표하는 이번 조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상권 변화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소비자들이 대면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오프라인 상권의 위축은 이미 여러 통계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피해가 컸던 소규모 상가를 중심으로 임대가격지수 변동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평균 임대료를 100으로 뒀을 때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지난해 1분기 100.6에서 올 1분기에는 98.5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미 오프라인 상권 위축의 영향을 받고 있던 지난해 1~3분기 동안 0.4만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컸다. 오프라인 상권 임대료의 내림세를 코로나19가 가속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권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지역 소규모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1.61% 하락했다.

특히 직장인 수요 감소로 음식점, 주류업종의 매출 둔화가 두드러졌던 공덕역(-4.98%)·광화문 상권(-4.66%)의 내림세가 컸다. 남대문 상권도 잡화매장 및 도매시장 매출이 감소하는 등의 영향이 컸다.

임대료는 하락했지만 소상공인들의 근심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소형 상가의 경우 건물주와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합의해 임대료를 낮춘 경우가 많은 탓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도심 주요 지역 중대형 상가 세입자들은 자금력이 있지만 벌이가 적은 (소형 상가의) 소상공인들이 문제”라며 “권리금이나 영세상인들을 위한 대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5.5%에서 5.6%로 소폭 상승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에 비하면 수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상가 공실률은 상권별 격차가 워낙 큰 데다 표본비율(소규모 상가 기준 0.6%)이 낮은 탓인데, 상권별 공실률은 더 크게 벌어졌을 수 있다. 실제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3.9%였던 지난해 4분기에는 남대문이 13.3%, 압구정 14.5%, 목동이 28.6%에 달할 정도였다.

소비심리 회복을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선 소상공인이 공실률 수치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유망 상권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내고 입점하는데 권리금 회수가 어려워 폐점을 미루고 휴업하는 경우가 많아 공실률에 당장 큰 영향을 안 줬을 것”이라며 “권리금을 포기하거나 상권이 조금이나마 회복돼 권리금을 챙기는 경우는 하반기에나 가시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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