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사진)를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당첨된 당신이) 동경의 대상이 될 시간입니다.”

28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크로 갤러리에서는 대림산업 관계자의 선언과 함께 성동구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무순위 청약 추첨행사가 진행됐다. 정상적인 경로로는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높은 매매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약자들도 대거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사회자의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염려해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 최대 3만1000여명이 몰려 추첨 결과를 지켜봤다.

청약에 참여한 26만여명의 희비는 클릭 세 번 만에 갈렸다. 21만4859명이 몰린 97㎡형의 추첨을 끝으로 방송 참여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난 20일 청약 신청 후 일주일 넘게 설레던 낙첨자 26만여명은 동경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

무주택자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일반 청약과 달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줍줍 청약’은 언제나 청약자들의 관심을 끈다. 특히 2017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부풀어 오르면서 높은 시세차익을 거둘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는 줍줍 매물 중에서도 가장 큰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대어’로 지목됐다.

문제는 최저 평형대 분양가만 17억원이고 최대 평형대 가구는 30억원이 넘는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를 구매하려면 겹겹의 규제를 뚫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도 분양 두 달 전 문재인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부동산정책인 6·19 대책으로 등기 시까지 전매가 제한됐다. 여기에 지난해 12·16 부동산정책은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어지간한 현금부자가 아니면 전매 목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금방 방법을 찾아냈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는 계약금 10%, 중도금 10%, 잔금 80%로 구매할 수 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마련하면 잔금은 입주할 때 내는데 전세금을 받아서 충당할 수 있다. 최근 오른 전세 시세를 고려했을 때 3억~4억원만 스스로 마련하면 97㎡ 형을 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충분한 자금 없이 청약에 뛰어든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무순위 청약을 단순 이벤트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격에 따라 양상은 다르지만, 아파트를 투기 수단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정부가 비싼 집값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라며 “(무순위 청약은) 청약으로 형식적인 기회를 줬으니까 그다음엔 아무나 와도 된다는 것인데 투기만 과열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5월 투기과열지구에서 예비 당첨자를 전체 공급 물량의 500%까지 선정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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