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부의 한 물류센터 작업자들이 지난 27일 오후 작업장 한편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지난 24일 이후 물류센터 직원들의 집단감염이 잇따랐지만 이날도 물류센터에선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택배물류센터 작업환경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연일 물류센터의 방역지침 미준수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현장은 여전히 감염에 취약해 보였다.

금방 숨이 차오르는 고된 작업으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했고 짧은 시간 내 해결해야 하는 식사와 흡연 중에 ‘거리두기’도 쉽지 않았다. 이따금씩 마스크 착용 유무를 확인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물류센터 측의 방역관리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신속·정확한 택배물류 시스템은 성공적인 거리두기를 가능케 한 일등공신이었지만 정작 그 일터는 온갖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국민일보가 27일 오후 7시부터 28일 오전 5시까지 일용직 근무자로 일한 경기도 동부의 한 대형 택배회사 물류센터. 오후 7시20분쯤 일용직 근무자 수백명이 서울, 인천, 경기 등 각 지역에서 온 버스에서 쏟아져 내렸다. 작업 시작 시간을 10여분 앞둔 시각 근무자들은 자리에 배정받기 전 빠르게 담배를 피웠다. 알고 보니 그것이 식사 전까지 허락된 마지막 여유 시간이었다.

기자는 곧장 ‘까대기’ 작업에 투입됐다. 대형트럭이 가득 싣고 온 택배물량을 물류센터 작업장에 내리는 하차 작업이다. 신입 근무자 3명과 경력 근무자 1, 2명이 조를 이뤄 진행한다. 까대기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숨이 차오르고 마스크는 땀에 절어 축축해졌다. 트럭 컨테이너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숨이 막혀 마스크를 정상적으로 착용하고 작업하기 어려웠다. 하차 속도가 늦어지면 뒤쪽에서 고참 근무자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트럭을 2대쯤 보내면 대부분의 작업자는 어느새 마스크를 코밑으로 내려 턱에 걸쳐 쓰고 있었다. 이른바 ‘턱스크’다.

마스크를 정석대로 착용한 사람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바코드를 찍는 역할을 맡은 고참급 근무자들이 대다수였다. 쉼 없이 택배물을 나르는 근무자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쳐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아예 걸치지 않은 직원도 눈에 띄었다. 트럭 컨테이너 안에선 근무자들이 폭 1m를 넘지 않는 레일을 사이에 두고 함께 작업해 거리두기도 어려운 조건이었다.

하차를 마친 트럭을 보내고 새로 온 트럭이 물류센터에 정차하기까지 1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 유일한 휴식이었다. 직원들은 이 틈에 삼삼오오 모여 내려 쓴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웠다. 흡연 장소는 주로 트럭과 트럭 사이의 좁은 공간이었다. 거리를 둘 수 없었다.

부족한 정수기도 문제였다. 직원 대부분 500㎖ 생수병을 개인적으로 가져왔지만 금방 동나 정수기에 의존했다. 하지만 정수기는 레일 5개당 1개 정도로 설치돼 다른 레일에서 일하는 작업자들도 한 정수기로 몰렸다. 각자가 입을 댄 생수병이 정수기 꼭지에 닿기 일쑤였다. 비말 등에 의한 감염 전파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28일 오전 2시30분쯤부터 시작된 식사시간도 집단감염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식당 좌석은 120석 정도였는데 700~800명의 근무자들이 1시간 내에 식사를 마쳐야 했다. 근무자들은 길쭉한 테이블에 일렬로 앉아 밥을 먹었지만 양옆으로 거리두기는 불가능했다. 지인들은 바짝 붙어 대화를 나누며 식사했다.

물류센터 측 방역수칙은 다소 허술해 보였다. 10시간 동안 이어진 야간작업 시간에 관리자가 한 번 레일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근무자들에게 착용을 강제한 것이 전부였다. 근무에 투입되기 전 하도급 업체와 일용직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도 안전수칙을 안내받았지만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은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안전모 착용, 손끼임 조심, 스마트폰 금지 등 일반적인 작업장 안전수칙이었다.

일용직 근무자들은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불안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생계가 더 급했다. 같은 조로 함께 일한 한 직원은 감염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말에 “돈 벌어야지 어쩔 수 없다”며 “감염보다는 쿠팡에서 2500명이 소화하는 물량이 어디론가 반드시 빠질 텐데 추가근무를 하게 될까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손에 파스를 붙이고 나온 그는 2주째 이 물류센터로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작업 시간 동안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았던 또 다른 직원은 “물류센터에 오는 사람들이 다 이곳저곳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이라 불안하긴 하다”면서 “혹시 부천 쪽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오늘 여기로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내가 마스크를 잘 끼고 있으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쿠팡, 부천 이어 고양 물류센터 폐쇄… ‘물류대란’ 우려
수도권 공공시설 중단… 사실상 ‘거리두기’ 복귀

글·사진=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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