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강 장관은 미·중 갈등 현안과 관련해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과거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가입을 둘러싸고 한국 외교를 괴롭혔던 미·중 딜레마가 5년 만에 재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격화하던 미·중 갈등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확대되면서 한국은 그때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국의 기존 전략인 ‘전략적 모호성’과 ‘줄타기 외교’로는 미·중 갈등 국면에 더 이상 대응하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세계화 등 기본 가치를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통한 안보 의존도도 높다. 이와 함께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감안하면 미·중 가운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미국이나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이 보복에 나설 경우 한국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미·중 갈등은 안보와 경제 분야를 넘어 이념 충돌로 확전하는 추세다. 때문에 한국이 예전처럼 미·중 사이에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과 경제번영네트워크(EPN)가 미·중 갈등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양측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여론전을 벌이며 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미·중 모두로부터 자기 편에 가담하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28일 “한국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중국에 손을 들어주는 듯한 분위기로 갈 수 있다”며 “미·중 모두 만족토록 한다면 실패할 것이다. 우리의 원칙을 적절한 시점에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한국이 초반부터 선을 긋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명분을 지키면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 한국 상황에 맞는 가치를 마련해 미·중에 설명하는 작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15년 AIIB 가입과 사드 배치를 두고 미·중 양측으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은 바 있다. 한국은 AIIB에 부정적인 미국 눈치를 보다 마지막 순간에 가입을 선택했다. 영국과 프랑스,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이 대거 AIIB에 참여하면서 미국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사드의 경우 한국은 중국을 고려해 ‘3NO’(사드 관련 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을 유지하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돌연 배치 결정을 내리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에 시달렸다.

정부는 당분간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미·중 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8일 외교부청사에서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어 미·중 갈등 현안을 점검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 갈등과 그 파급 효과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우려가 높다는 점을 잘 안다”며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그 의미와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외교부는 물론 청와대, 기획재정부,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와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가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사드 배치와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 반도체 관련 내용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홍콩보안법 논란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에게 “미·중 갈등 및 대립 구도 하에서 불거진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우리의 기본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우리 경제나 기업이 겪을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중시하는 원칙이란 당연히 개방성, 신뢰성, 투명성과 민주주의 질서 등일 것”이라며 “이런 원칙들과 함께 우리의 실질적 이익을 모두 놓고 생각하는 기회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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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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