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사회운동가와 주민들이 27일(현지시간) 정부의 성급한 경제 재가동에 항의하는 의미로 가상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수가 27일(현지시간) 10만명을 넘어섰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0만27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6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111일 만에 1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의 약 28%에 해당하는 숫자다. 확진자 수도 169만8581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미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나란히 27일자 1면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WP는 눈으로 보이는 수치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NYT는 집단 사망 사태로 가려진 개별 희생자들의 삶을 조명했다.

WP는 “미 코로나19 사망자들은 대부분 노년층이거나 저소득층, 흑인·히스패닉계”라며 불평등한 죽음에 주목했다. 사망자 중 유명하거나 권력을 가진 이들은 거의 없었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50대 이상 장년층과 노년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코로나19는 특히 양로원과 노인지원시설에서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일부 주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의 약 66%가 80세 이상 고령자였다.

코로나19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생활수준이 낮은 흑인과 히스패닉 집단에서 다른 인종보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돈 없는 이들과 이민자들이 밀집해 사는 뉴욕주는 미국 내에서도 유독 피해가 심했다.

코로나19 희생자들은 임종도 쓸쓸했다. 대부분의 사망자들은 부모와 형제, 연인과 친구들을 떠나 외롭게 숨을 거뒀다. 사랑하는 이들의 포옹도, 기도도 받을 수 없었다. WP는 사망자들은 컴퓨터 스크린 속 작은 이미지를 향해 혹은 두꺼운 유리벽을 사이에 둔 채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코로나19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1면을 채웠던 NYT는 이날 또 희생자들의 이름과 짧은 부고 문구로 1면을 채웠다. 상실된 삶들을 짤막한 문장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NYT는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이라는 것은 하루 평균 1100명이 이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치는 일부만 보여준다. 이들이 어떻게 아침을 맞이하고 밤에는 어떻게 잠들었는지 결코 전달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희생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는 뉴스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했다.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WP는 “2001년 9·11 테러 당시와는 다른 모습”이라며 “재산과 지지율, 여론조사 등 숫자에 사로잡힌 삶을 살아온 그가 ‘10만명 사망’이라는 암울한 지표에는 평소와 다르게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엄청난 사망자 숫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1%로 직전 조사와 비슷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지난 1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이형민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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