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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칼럼] 윤미향 사건이 진보의 품격과 염치를 묻는다


조국 위선 이어 윤미향 위선이 국민을 강타,
조국 사태 때는 억지로 검찰 개혁 연결했지만
이번엔 끌어다 댈 것도 없어
윤미향 보호는 신뢰자본 크게 갉아먹어
품격 없고 몰염치한 진보로 인식케 해…
끼리끼리 이익이 국정보다 더 중요한가


윤미향 사건은 이제 그가 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바뀜으로써 우리 사회가 집권 주류 세력인 진보 진영의 품격과 염치를 묻는 상황으로 커질 것이다. 품격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또는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말한다.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이 사안이 처음 불거졌을 때, 회계 부실이나 일부 잘못에 대해 적절히 사과하고 어느 정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지금까지 해온 위안부 문제에 대한 활동까지 폄훼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는 투명한 회계 관리, 좀 더 도덕적인 시민단체 운영을 하겠다는 대안을 마련했다면 여론도 수용했을 것이다. 물론 책임지는 자세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데 버티고, 감싸고, 정치권이 거들면서 진보 진영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을 또 토착왜구 프레임으로 설정해 공격하는 건 문제를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아마 조금 지나면 잘못된 전략을 썼다는 내부 비판이 거세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진보 진영에, 집권 세력에 이번 사건은 상당한 악재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많은 사람에게 내가 내는 기부금이 정말 제대로 쓰이고 있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부금 용처에 대한 몇몇 사건도 있었고, 회계 불투명성에 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기부금에 대한 불신은 현 정권에서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 더 큰 불신으로 향한다. 다른 시민단체는 믿을 수 있는가, 진보는 신뢰할 수 있느냐고.

이른바 ‘좌파 산업’이란 말도 생겨났다. 끼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생태계까지 형성됐다는 비판도 있다. 윤미향이 국회의원 되기 전날 땀을 흘리며 해명 기자회견을 했지만 여론은 싸늘한 듯하다. ‘조국 위선’에 이어 ‘윤미향 위선’은 여론을 제대로 강타했다. 조국 사태는 그나마 시대적 필요성이 인정된 검찰 개혁 문제를 억지로 연결해 지지 동력으로 삼았다. 이 건은 위안부 문제다. 토착왜구 공격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끌어다 댈 게 없는 사안이다.

윤미향 사건은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된다. 정의를 배반하고 위선이 드러난 여러 의혹은 우리 사회의 신뢰를 현저히 갉아먹는다. 신뢰는 각자가 공동체 일원임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이라고 한다. 신뢰는 품격을 유지하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진보 진영이, 정권이 정의를 배반하고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사람들이 인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대체 “해명이 됐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식의 용감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몰염치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내 편은 무조건 보호하고 내 편 아닌 것은 모두 증오 대상인 패거리 문화 속에서, 몰염치는 어쩌면 의도적인 전략일 수 있겠다.

진보 진영은 윤미향 사건을 잘못 다루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와 정대협의 성과를 폄훼하지 않고, 위선을 드러내지 않으며, 진보 진영 전체의 것으로 확산되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 문화 속에서는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정 운영이나 정치의 품격, 보통사람들의 눈높이보다 훨씬 중요하고 끼리끼리의 이익이 큰 게 틀림없다.

보수가 압도적 패배를 당하며 궤멸적 상황에 봉착한 건 당연한 결과다. 그들은 품격도 없었고, 염치도 없었다. 보수의 덕목인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이 없으니 품격이 있을 리 없다. 4연패에도 불구하고 뭐가 문제인지, 무엇을 왜 성찰해야 하는지도 모르니 그렇게 된 거다. 한마디로 한때 권력은 갖고 있었지만 국민 다수가 경멸한 것이다.

품격과 염치에 관해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방은 즉각적 반응을 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 두기만 한다. 그리고 누적된 것이 어느 작은 일로 임계점에 도달하면 폭발하게 된다. 아둔하거나, 자기편 논리에만 함몰돼 있거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할 때, 그런 일이 발생할 게다. 진보 진영은 이쯤에서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설사 의도적으로 왜곡해 공격하는 사례가 있다고 할지라도 177석 거대 여당의 무게와 책임을 느껴야 한다. 80년대식 내부 논리에 얽혀 21대 국회 첫발부터 꼬이면 그 무게와 책임을 지탱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김명호 편집인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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