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권은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중에서도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헌법에 담길 정도로 대표적인 특권이다.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 체포나 구금됐을 때는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될 수 있는 권리다. 면책특권(헌법 제45조)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을 권리다. 헌법에 두 특권을 못 박은 것은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국회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불체포특권은 1603년 영국에서 처음 법제화됐다. 국왕 제임스 1세가 의원을 체포, 구금해 의회를 무산시키려 했는데 이 사건 이후 의회가 의회특권법을 제정해 의원을 임의로 체포, 구금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시초다. 우리 헌법에서 불체포특권을 면책특권 앞에 둔 것은 그만큼 더 긴요한 권리로 여겼기 때문일 게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민주적 장치다. 하지만 범법행위를 한 의원들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악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동의로 체포동의안을 의결할 경우 회기 중이라도 체포할 수 있지만 의원들이 ‘방탄 국회’까지 불사하며 특권 지키기에는 이심전심이라 동의안이 제출되는 사례가 드물고 의결되는 일은 더더욱 없다.

21대 국회도 초반부터 불체포특권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의기억연대 활동과 관련해 배임·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심에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되고 고발된 양정숙 의원 등 수사 대상이 된 의원이 여럿이다. 불체포특권은 의원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회 본연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부여된 권한이다.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의원들의 각성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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