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가 선포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30일(현지시간) 불길이 번지는 가운데 시위에 참가한 남성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폭력·약탈 사태로 번지자 대형마트 ‘타깃’은 13개 주의 175개 점포를 폐쇄했다. AP연합뉴스

대혼돈이 미국을 덮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인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고, 40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된 피해자는 흑인들이었다. 여기에 지난 25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인종 문제라는 뇌관을 건드렸다.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30일 “미국 정치의 기능 장애와 인종적 불평등이 이번 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감염병 대유행과 실업 사태에 경찰에 대한 분노까지 겹쳐 미국이 국가적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흑인 사망에 대한 항의 시위는 거의 모든 미국 대도시에서 벌어졌다. 경찰서와 경찰차, 경찰관이 공격을 받았다. 상점들이 약탈당했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도 시위대가 몰려와 일부는 백악관 진입을 시도하며 비밀경호국 요원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30일(현지시간) 밤 쇼핑 카트 등이 시위대에 의해 불태워지고 있다. 지난 25일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돼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를 막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와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덴버, 컬럼버스, 미니애폴리스, 세인트폴 등 16개주 25개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미네소타주·조지아주·오하이오주·콜로라도주·위스콘신주·켄터키주 등 12개주와 워싱턴DC에는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바버라 랜스비 일리노이대 교수는 “(흑인과 저소득층에 집중된) 코로나19 사망자는 오래된 인종적 불평등이 엄연하다는 걸 다시 일깨웠다. 그때 경찰의 폭력이 이 같은 불평등을 감정적으로 폭발하게 만들었다”고 WP에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모든 일에 분노하고 있다”며 “역사에는 중요한 전환이나 균열의 시점이 있는데, 지금이 그런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더글러스 브린클리 라이스대 역사학과 교수는 “모든 사람이 화약고 안에 살고 있다”면서 지금 미국 사회의 불안정은 “베트남전으로 나라가 갈라졌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기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 “급진 좌파”로 몰아세우면서 군대 투입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브린클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불안을 자신에게 잠재적으로 이로운 정치적 사안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무정부적 상황을 진압하면서 자신을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5개 도시 통금, 워싱턴·12개 주엔 방위군… 무력 진압 경고
중 언론, 미 흑인 사망 시위에 ‘아름다운 광경’ 역조롱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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