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30일(현지시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39A 발사대를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괴짜 기업인’ 일론 머스크의 18년 집념이 우주여행 시대를 성큼 앞당겼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머스크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민간 기업으로 처음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여행이라는 인간의 꿈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31일 오전 10시16분(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하늘로 날아오른 지 19시간만에, 예정보다 10분가량 일찍 도킹을 완료했다.

NASA 소속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왼쪽)와 로버트 벤켄이다. AFP연합뉴스

크루 드래건은 높이 8m, 지름 4m의 캡슐형 우주선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베테랑 우주비행사인 더글러스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이 탑승했다. 이들이 크루 드래건을 타고 ISS를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은 세계에 생중계됐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미국의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 장면을 지켜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연발하며 환호했다.

두 사람은 ISS에 도킹해 크루 드래건의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지구 귀환까지 무사히 이뤄져야 임무가 완수된다. 당초 지난 28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 때문에 이날로 연기됐다.

스페이스X는 이번 유인 수송에 앞서 지난해 3월 크루 드래건에 마네킹 ‘리플리’를 태워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리플리는 영화 ‘에일리언’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크루 드래건은 NASA가 2011년 우주왕복선 운행을 중단하고 이를 민간에 위임한 지 9년 만에 사람을 실어 우주로 보냈다. 그동안 국가 주도로 진행된 우주 개발은 민간이 맡기엔 위험한 분야로 여겨졌지만 결과적으로 NASA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을 거뒀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지금까지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3개국뿐이다. 민간 기업으로는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발사는 우주선 설계 및 제작 주체가 민간 기업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를 갖는다.

우주여행은 혁신의 아이콘이자 기행과 돌출 발언으로 유명한 머스크의 필생의 과제였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려서부터 책과 게임에 빠져 지내는 괴짜였다. 이후 캐나다로 이주했고 1995년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과정에 들어갔으나 인터넷 열풍에 자퇴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 지도 소프트업체인 집2(Zip2) 창업을 시작으로 온라인 전자 결제업체 페이팔로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2002년 우주여행을 목표로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스페이스X는 그간 여러 번의 시험 발사를 통해 발사 비용을 대폭 낮췄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로켓 재활용’ 기술이다. 스페이스X는 2015년 12월 우주선을 궤도에 올려놓은 로켓을 지구에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로켓 발사 후 자축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는 보잉737만큼 비싼 기계(로켓)를 재활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우주 탐험가가 될 수 있도록 비용을 절감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루 드래건은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고 우주복도 우주선 좌석에 맞게 슬림해졌다. 비상탈출 시스템도 갖췄다고 한다.

18년 만에 유인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킨 머스크의 다음 목표는 달과 화성 여행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9월 엔진 42개를 장착한 로켓을 개발해 2024년 승객 100명을 태우고 화성 탐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NASA로부터 달 표면에 인간을 착륙시키는 우주선을 만드는 계약도 따냈다. 머스크가 전기차와 태양광 사업(솔라시티)을 벌이는 건 궁극적으로 우주여행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와 보잉 외에도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도 우주 관광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ISS가 떠 있는 400㎞보다 낮은 궤도를 탐험하는 여행 상품 등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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