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내용을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족 면담을 자청하고선 정작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고 밀쳐내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는 전날 MS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와의 면담은)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며 “내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통화 내용과는 배치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백악관에서 플로이드 유족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며 “나는 그저 그들에게 내 슬픈 감정을 전하기만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었다.

필로니스 플로이드는 당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요즘 시대에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힘들었다. 나는 계속해서 대통령에게 말을 걸려 했지만 그는 나를 계속 밀쳐내려고만 했다”며 “마치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지 않다’는 느낌으로 대화를 몰아붙이기만 했다”고 MSNBC에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 “이제 다시는 사랑하는 나의 형제를 볼 수 없다”며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족들은 플로이드를 과잉 제압해 숨지게 한 미네소타주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에게 1급이 아닌 3급 살인 혐의가 적용된 것에 대해서도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대다수 주가 살인죄를 1급과 2급으로만 분류하고 있지만 미네소타주는 좀 더 가벼운 사안으로 판단될 경우 3급 살인죄를 적용하고 있다. 유족 측 변호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쇼빈에게) 왜 1급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는지 우리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쇼빈의 행동을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실론도 제기된다. 1·2급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의 경우 법정에서 그의 죄를 입증하려면 그가 사전계획하에 살인을 저질렀거나 충동적으로 살해 의도를 갖게 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반면 3급 살인 혐의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생명 존중 없이 타인에게 위험 행동을 했다는 사실만 입증해도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 연방검사 출신인 폴 버틀러 조지타운대 법학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전직 검사로서 경찰관에게 유죄 선고를 이끌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며 “3급 살인죄 기소가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사법정의를 향한 합리적 단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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