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중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ADIZ) 계획을 10년 전부터 구상해 왔으며, 이를 선포할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경우 영유권 분쟁 중인 동남아 국가뿐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이어가는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SCMP에 따르면 익명의 중국군 관계자는 “제안된 방공식별구역은 (영유권 분쟁 해역인) 프라타스군도(둥사군도), 파라셀군도(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스프래틀리제도(난사군도·베트남명 쯔엉사군도)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2013년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며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도 2010년부터 검토해 적절한 선포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부도 지난달 4일 중국의 계획을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뤼리스 전 대만 해군학교 교관은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인공섬, 특히 피어리 크로스 암초와 수비, 미스치프 환초 등에 건설 및 설치한 활주로와 레이더시스템은 모두 방공식별구역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중국군이 KJ-500 조기경보통제기와 KQ-200 대잠초계기를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암초에는 에어컨 시설이 세워지고 있는데, 이는 높은 기온과 습도, 염분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전투기들이 배치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해군 소장 출신의 군사전문가 리제는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탐지·전투능력 및 기타 인프라시설 등이 갖춰질 때까지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기다린다”면서도 “시기가 적절하면 중국이 더 일찍 발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지난 28일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파라셀군도에 함정을 보내고, 중국군이 오는 8월 프라타스 점령을 상정한 대규모 상륙훈련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사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방공식별구역 계획이 제기돼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 4월 남중국해에 행정구역 시사구와 난사구를 신설한다고 발표하는 등 최근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학부의 드루 톰프슨 교수는 “동남아 국가들은 지금까지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인공섬 군사 기지화 등 도발을 묵인해 왔다”며 “하지만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하면 중국과의 경제 관계와 자국의 주권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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