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31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란타 센테니얼 올림픽공원 주차장에서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은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 행위로 숨진 사건에 분노해 일어난 시위가 미국에서 31일(현지시간) 엿새째 이어졌다. 시위는 주말을 거치면서 미 전역 140개 도시로 번졌고, 최소 40개 도시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워싱턴DC와 15개 주(州)에는 주방위군이 배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폭력 시위 주도 세력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나서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극좌파로 몰아 이념대결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주방위군이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안티파가 이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신속하게 진압됐다”며 “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플로이드가 경찰관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중심으로 과격 시위가 계속되자 전날 연방정부 개입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안티파(Antifa)’는 ‘안티 파시스트(anti-fascists)’의 줄임말로 정치적 신념은 좌파지만 미국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CNN방송은 분석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창설된 무장단체인 ‘안티 파시스트 액션’을 기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극우파가 부상하면서 그에 반발해 활성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티파는 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우익 행사에 등장해 세를 과시해 왔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그해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극우 백인우월주의 집회 때 모습을 드러냈다. 안티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어 ‘블랙 블록’으로도 불린다. 안티파에 30년간 몸담았던 스콧 크로는 CNN에 “안티파는 폭력을 자기방어 수단으로 여기고 재산 파괴는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코럴게이블스 지역에서 지난 30일(현지시간) 열린 시위에서 경찰관들이 폭력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안티파가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목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당국은 극단주의 단체가 평화 시위를 폭력으로 변질시키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당국은 200명이 채 안 되는 팔로어를 가진 소셜미디어 계정이 급증했고, 이 계정들을 중심으로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허위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니애폴리스 등 일부 지역에선 특정 세력의 개입 정황도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낙인찍기는 “인종차별이 촉발한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비판했다. 미 현행법상 트럼프 대통령이 실체도 불분명한 국내 집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위는 날로 격렬해지고 있다. 이날 수도 워싱턴DC을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도심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과격 시위가 벌어졌다. WP에 따르면 총격 사건이 잇따르면서 현재까지 최소 5명이 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전국의 많은 지방행정 당국이 동시에 통금령을 내린 것은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백인 경찰 데릭 쇼번은 8분46초간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렀고,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무릎을 떼지 않았으며, 심지어 구급대원이 온 뒤로도 1분간 계속 누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인종차별이 미국에서 더 무서운 병”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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