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의대생 수십명이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돼 학교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수업 및 시험이 도입되면서 예견됐던 사태가 드디어 터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학 의학과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지난 4월 온라인으로 치러진 전공필수 과목인 ‘기초의학총론’ 1차 시험을 그룹별로 함께 모여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이들은 시험 일주일 전부터 SNS를 통해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10명 단위로 ‘팀’을 꾸려 시험 당일 학생의 집이나 모텔 등에 모여 시험을 치렀다. 이 수업의 수강인원은 57명인데, 이 중 50여명이 부정행위 가담 사실을 대학 측에 스스로 밝혔다.

본과 2학년 과목에서도 지난 3월과 4월에 걸쳐 유사한 부정행위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역시 스터디카페 등에 모여 함께 시험을 치렀는데, 부정행위에 참여한 2학년 학생 수는 41명으로 조사됐다. 일부 학생은 적발 가능성을 우려해 IP를 우회하거나 텔레그램과 같은 보안성이 뛰어난 메신저로만 소통한 정황도 드러났다.

학교 측은 최근 진상조사를 통해 2학년의 부정행위 사실을 확인했다. 곧 1학년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2학년 부정행위와 관련한 소문이 돈 뒤 일부 1학년이 자진 신고했다”며 “현재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하대 학칙에 따르면 시험 중 부정행위는 무기정학까지 징계가 가능한 사안이다. 타인의 시험지를 훔쳐보면 근신을, 시험지를 교환하거나 사전에 준비해두면 유기정학에 처한다. 만약 대리시험을 쳤다면 무기정학에 처할 수 있다.

A씨는 “학교가 부정행위 가능성에 적극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당 풀이 시간을 50초로 제한하는 것 외에는 부정행위 방지 장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교양 강의에선 시험보는 학생의 손과 얼굴을 동영상을 촬영해 제출토록 하기도 했지만, 문제가 된 수업에서는 그런 조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부정행위가 발생한 시험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취지의 시험이었고, 배점이 높은 시험은 학기말에 대면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다”며 “온라인 수업 도구를 활용한 관리감독은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해 도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하대는 이날 오후 의과대 상벌위원회를 열고 부정행위 학생 전원에 대해 이번 시험 성적을 0점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담당교수 상담과 사회봉사 명령도 조치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본인들이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자진 신고한 점과 깊은 반성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코로나19 사태 기간 중 대학의 성적평가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재학생 김모(24)씨는 “기말고사는 물론이고, 2학기가 돼도 비대면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며 “이럴 바엔 차라리 패스-논패스 방식을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육 당국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한다. 한 수도권 사립대 교수는 “남들이 다 하는 부정행위를 나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식이 작용할 것”이라며 “학교시설만 폐쇄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당국이 만들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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