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큰아이와 진로 문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아이는 어떤 방향을 선택하는 게 나을지 몰라 고민이 많은 상태였고,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 시기에는 누구나 확신을 가지기 쉽지 않으며,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늘 어렵다고 말했다.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 된다면 그 일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그리고 어려울지도 모를 과정을 감내할 의지가 있는지 판단해보라고 했다. 대화를 나누며 생각해보니 그동안 인생에서 했던 중요한 결정 중에는 우연한 기회에 한 경우도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삶에서 반드시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며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에 새로운 인생의 장이 열리기도 하더라는 말도 덧붙여주었다.

대화 말미에서 딸아이는 오스트리아에 교환학생으로 간 친구에게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고 같은 대학을 다니던 친구라서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왕 가는 김에 여행도 하고 오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아이도 마음이 있었는데 여행 비용이 걱정되어서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이 교내신문사에서 근무해 받는 학기말 장학금이 있는데 나머지 비용을 대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더니 아이는 기뻐하며 “엄마, 사랑합니다!”를 연발한다.

자신도 엄마에게 뭔가 해드리고 싶다면서 뭘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몇 년 전부터 소설 습작을 해오고 있는 아이에게 나는 소설집 한 권을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 후가 되든 10년 후가 되든 상관없다고. 지금의 여행 경비와 미래의 소설집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이승우 작가는 ‘소설가의 귓속말’에서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사람이 소설가’라는 말을 한다. 아이는 그동안 몇 편의 소설을 쓰며 응모도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아직 좋은 소식은 없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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