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사설] 강제적 당론은 구태정치, 이참에 정당문화 혁신하자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는 국회의원이 독립적인 1인 헌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우선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정당의 결정을 실행하는 조직원으로서의 의무에 더 충실해야 할지를 고민해 보게 만든다. 최근 민주당은 금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법안에 찬성 당론과 달리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했다. 당 징계 사유인 ‘당론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민주당의 조치는 국회의원 소신에 따른 본회의장 표결에 대한 사후 보복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에 의문이 든다. 또 177석의 거대여당 내에서 앞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재갈을 물린 격이어서 당내 민주화에도 역행한다.

무엇보다 본회의장 밖에서 이뤄진 당의 결정을 표결에까지 연결시켜 의원 개인 판단을 배제하라고 강요하는 게 옳은지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평소에는 1인 헌법기관이라고 막중한 역할을 강조하면서 정작 본회의장 투표에 있어선 거수기 역할을 시키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특히 당론 표결을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도 배치된다. 헌법 제45조는 ‘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돼 있어 표결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 또 국회법 114조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당론 표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당론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권위주의 시대 이래 지금까지 우리 정당 정치를 지배해 왔다.

하지만 헌법과 국회법에서부터 배격하는 관행인 만큼 이참에 각 당이 강제적 당론을 없애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길 바란다. 권고적 당론을 정하는 것까지야 나쁘다 할 수 없지만, 강제적 당론으로 표결을 강요하고 징계까지 하는 것은 지금 시대상과는 맞지 않는다. 사실 현 정당문화에서는 극성 지지자들이나 지도부에 대한 눈치 때문에 당론 결정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조차 쉽지 않다. 게다가 어떤 사안에 찬성 또는 반대만 하라는 요구는 다양성 확대라는 민주적 가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민주당 역시 당헌에 ‘다양성과 다원성을 반영하는 정치제도 개혁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해 놓지 않았는가. 이번 논란을 그냥 넘기지 말고 시대에 맞지 않는 정당·정치문화를 일대 혁신하는 계기로 삼으면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