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유튜브 계정을 통해 평양의 평화로운 일상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선전·선동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사진은 ‘NEW DPRK’에 출연한 7세 리수진의 모습(왼쪽)과 ‘Echo DPRK(Truth)’에 등장한 20대 여성 은아의 모습. 유튜브 화면캡처

“아빠, 나 학교 언제 가나요?” “신형 코로나 비루스 죽일 수 있는 약이 나올 때 갈 수 있어”

북한판 ‘보람튜브’로 불리는 유튜브 ‘NEW DPRK-평양 어린이’ 편에 등장한 7세 수진과 아버지의 대화다. 폐쇄적이던 북한이 최근 유튜브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선전·선동 전략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유튜브는 2017년 처음 개설됐다. 하지만 호전적 영상을 올린다는 이유로 줄곧 정지됐다. 지금은 확실히 유연해졌다. 북한 유튜버들은 더이상 날카로운 목소리로 ‘수령님의 은혜’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 개설된 유튜브 ‘NEW DPRK’에 리수진이 등장한 건 4월 말이다. 한 달간 ‘평양 어린이’라는 제목으로 세 편이 올라왔다. 북한 최상류층 가정의 자녀로 추정되는 수진은 넓고 세련된 집에서 피아노를 치거나 들판에서 승마를 즐겼다. 집 화장실은 커다랗고 깔끔했는데 손 세정제를 듬뿍 발라 손을 씻었다. 또 수진은 미용실에서 고급 케어 서비스를 받거나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수진이 보여주는 평양은 무척 단란하다. 다만 “훌륭한 사람이 돼 원수님께 보답하겠습네다”라며 PPL(간접광고)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우상화를 간간히 곁들였다.

2017년 개설된 ‘Echo DPRK(Truth)’ 유튜버 ‘은아’의 가슴에는 북한 ‘김일성 배지’가 붙어있다. 은아가 하는 일은 주로 팩트체크다. 최근 평양에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주민 인터뷰를 활용해 ‘북한은 평화롭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은아는 휴일에 놀이동산을 찾았고 퇴근 후에는 백화점에 들러 장을 봤다. 그러다 어김없이 하는 말이 있다. “최고 령도자 김정은 동지 일화도 알려드릴게요.”

특히 4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은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공동의 적 코로나19에 대항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코로나19가 발병하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이 은아의 입으로 다시 한번 강조됐다.

북한 민가에서는 유튜브에 접속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정들은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관영 매체를 통해 주입식으로 진행하던 선전 선동의 새로운 형태라는 분석이다. 북한 당국이 유튜브라는 뉴미디어를 수용한 것은 북한을 전 세계에 홍보하거나, 북한의 일상은 건재하다는 시그널을 담아 대북제재 무용론을 설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낙후되지 않았고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려고 유튜브를 활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국경을 개방해 관광객을 유치할 기반을 다지기 위한 시도라는 의미다.

다른 이유는 ‘자력갱생’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북한에는 큰 타격을 미치지 않았고,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가 혼란하지만 북한은 건재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