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도무지 끝이 안 보인다

검찰이 최근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검사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2013년 불거진 이 사건은 서울시 공무원으로 특채된 탈북민 유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국가정보원 등이 증거를 조작한 사건이다. 유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국내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겨준 혐의로 기소됐었다. 국정원은 유씨의 유죄 입증을 위해 그의 출입경기록을 조작하고, 여동생을 회유·협박했다. 당시 이 사건 담당 검사들은 유씨가 밀입북해 탈북자 정보를 넘겼다는 시점에 북한이 아닌 중국에 있었다는 관련 증거를 고의로 법정에 제출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

유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을 수사한 검사 2명과 국정원 직원 4명을 국가보안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1년간 수사를 미적거리다 지난 2월이 돼서야 단 한 차례 고소인 조사만 한 뒤 검사 2명(한 명은 현재 변호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들이 국정원에 속았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게 검찰의 불기소 이유다. 하지만 검찰의 불기소 이유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의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내용과 배치된다. 설령 검찰의 불기소 이유가 맞는다 하더라도 무고한 시민이 간첩으로 둔갑될 수 있었던 사건을 이렇게 허술하게 수사한 검사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건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검찰 안중엔 침해된 유씨의 인권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검찰은 애초부터 이들을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아무리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건성건성 수사로 성폭행 피의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악습을 이번에도 그대로 답습했다. 밖을 겨누는 칼날은 예리하기 그지없는데 안으로 향하는 칼날은 한없이 무디다. 이러니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고대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것 아닌가.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