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의 벽화 ‘해바라기’.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총 770억원을 들여 전국 공공시설에 벽화를 그리고 예술품을 설치하는 ‘예술 뉴딜’을 추진키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예술작품 수요가 크게 준 데 따른 예술가 구제 정책의 일환이다. 하지만 과거 이뤄졌던 벽화마을 조성 사업이 되레 지역경제를 쇠퇴시키는 부작용이 컸다는 점에서 이를 뉴딜로 포장해 추경에 담은 것은 무리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3일 3차 추경안을 통해 예술인 8500여명을 모아 전국 22개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에 벽화를 그리는 등의 대규모 예술 뉴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예술인을 돕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공공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도시경관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편성 예산 11억원에다 759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예산이 무려 7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마을에 벽화를 그리는 식의 도시경관 개선 사업은 그동안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 왔다. 대표적으로 서울 종로구 이화 벽화마을은 2006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에 벽화가 그려지고 조형물이 세워지며 관광객이 많이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음과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다 상권 발달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집값과 상가 임대료가 뛰면서 원 거주민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원 거주민과 상가 주인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마을공동체가 무너지고, 원 거주민들이 결국 이화 벽화마을을 떠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 발생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객 증가로 불편함이 커져 거주민이 이주하는 지역 공동화 현상을 뜻한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도 비슷한 악순환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만 급급한 나머지 많은 민원을 발생한 정책을 대규모 예산을 들여 너무 즉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오히려 예산 낭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상업화·관광지화로 원 거주민과 상인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져 이를 중재할 갈등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관광객 증가로 지역 공동화 현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기초편의시설 공급 등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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