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2일(현지시간) 우산을 쓴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0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8일째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 동원 위협과 주요 도시에 내려진 야간 통행금지 조치에도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갈수록 커지는 이번 시위는 오는 4일부터 9일까지 이어지는 플로이드 추모행사 기간에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인근 잔디밭과 링컨기념관 앞에선 수천명이 모여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침묵은 폭력”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두 손을 모은 채 침묵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플로이드가 경찰 무릎에 목이 짓눌렸던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수백명이 아스팔트와 잔디 위에 누웠고 그들의 얼굴은 땅을 향했으며 손은 상상의 수갑에 묶여 등 뒤로 고정됐다”며 “들린 것이라고는 헬리콥터가 쿵쿵거리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뿐이었다”고 시위 모습을 전했다.

백악관 인근에는 육군 1600명이 배치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군대 배치에 우려를 감안한 듯 “군 병력이 워싱턴DC 내부에 있는 것은 아니며 시위 대응을 위한 민간작전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워싱턴DC에서는 연일 격렬한 시위가 전개되면서 주방위군 1300명이 이미 투입된 상태다. 조지프 렝겔 주방위군 사령관은 현재 1만8000명의 주방위군 병력이 29개주에서 지역 내 법 집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애틀주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은 경찰의 후추 스프레이에 맞서 우산을 들었다. CNN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선 약 1만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도 수천명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다.

이날도 미 전역에서 수백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1943년 이후 처음 통금을 시행한 뉴욕시에서는 오후 8시가 넘어서도 시위가 계속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 경찰은 이날 시내에서 200명을 체포했다.

다만 시위 현장에서의 약탈, 방화 등 폭력 사태는 줄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CNN에 “월요일 밤 광범위한 약탈과 재산 피해 이후 화요일의 시위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맨해튼 거리를 행진했고 상점 주인과 주민들은 길가에 서서 이들을 응원했다.

미 전역의 시위 열기는 플로이드 추모 행사를 계기로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 추도식은 오는 8일 그의 고향 휴스턴의 한 교회에서 열린다. 9일 가족들이 참석하는 비공개 장례식에는 유명 인사들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참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플로이드의 유해는 휴스턴 메모리얼 가든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4일에는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니애폴리스에서, 6일에는 그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주 클린턴에서 추모 행사가 예정돼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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