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찰에 체포된 홍콩 시위대. AFP연합뉴스

미국, 영국 등 서방의 집중 공세에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한 중국 정부의 발걸음은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3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본국으로 불러 홍콩보안법에 대해 논의한다. 영국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인에게 시민권을 주겠다며 중국을 다시 압박했다.

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람 장관은 테레사 청 법무장관, 존 리 보안장관 등과 함께 이날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지도부와 홍콩보안법 제정과 시행 등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후 며칠 만에 람 장관을 부른 것은 중국이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8월 중 홍콩보안법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람 장관은 전날 중국 CCTV 인터뷰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는 미국 위협을 걱정할 필요 없다”며 “홍콩보안법은 홍콩에 생존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보안법 시행 전인데도 홍콩에서는 4일 예정됐던 천안문 민주화시위 추모집회가 불허되고, 입법회(의회)에서 보안법 관련 질의가 거부되는 등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 주석은 이날 입법회에서 홍콩보안법 관련 질의를 하겠다고 수일 전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에게 고지했다.

하지만 렁 의장은 전날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국방, 외교는 중국 중앙정부 소관이기 때문에 홍콩보안법은 홍콩 정부의 일이 아니다”며 우 주석의 질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리 고지된 입법회 의원의 질의 자체가 금지당한 것은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처음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SCMP 인터뷰에서 “홍콩보안법을 시행하면 홍콩의 자유와 체제 자율성은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중국이 강행하면 영국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인에 영국 시민권 부여를 포함한 권리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존슨 총리는 “이민법을 개정하면 홍콩인이 영국에서 일할 기회가 확대되고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며 “홍콩인 약 35만명이 BNO 여권을 소지하고 있고 추가로 250만명이 이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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