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 섬마을을 순찰하다 폐가에 들어가 본 산림청 산림수련관 시설관리인 정동환(45)씨는 깜짝 놀랐다. 벽지에 적힌 ‘수군(水軍)’이라는 한자와 직인이 또렷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걸 직감하고 문화재청에 이를 신고했다.

충남 태안 신진도의 한 폐가에서 조선 후기 수군의 명단이 적혀 있는 군적부(軍籍簿·사진)가 발견됐다고 문화재청이 4일 밝혔다. 주인은 이를 벽지로 사용했으나 눈 밝은 공무원 덕분에 유물로 재발견된 것이다. 신진도는 조선 시대 수군 주둔지인 안흥진성 인근에 있다.

군적부는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안흥진 소속 60여명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과, 보조적 역할을 하는 병역 의무자 보인(保人)으로 나눠 이들의 신상명세를 기록해놓은 문서였다. 수군 출신지는 모두 당진현(唐津縣·현 충남 당진)으로 돼 있었다. 군적부에서는 당진 현감의 직인과 자필서명도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군적부 세부 내용을 보면 당시 수군은 전투 군인인 수군 한 명에 보인 한 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라고 설명했다. 군적부는 징발보다는 군포(軍布·병역을 면제해주는 대신에 받던 베)를 거두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폐가의 상량문(上樑文)에는 ‘도광(道光·청나라 도광제의 연호) 23년’이라는 명문이 적혀 있어 건축 연대는 1843년으로 추정된다. 한쪽 방에서는 당시 수군 또는 학식을 갖춘 사람이 수군 주둔 마을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한시(漢詩) 3편도 두루마리 형태로 발견됐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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